땀으로 마을 민심 사로잡은 중국 출신 이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영천 석계리 조만숙씨 가족상 영예… 관청 설득해 농로포장 등 민원 해결
“상금은 新영농법 개발에 쓸래요”

수상 소감을 또박또박 이어가는 말투에 경상도 사투리가 배어나왔다. 시상식 단상에서 3분 정도 서 있으면서 허리를 90도로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동아 다문화상 가족상을 받은 조만숙 씨(46). “조금 길어도 용서해주세요”라고 입을 열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행사장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는 50여 가구, 130여 명의 주민이 사는 경북 영천시 고경면 석계리의 이장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80%를 넘는 마을. 중국 출신인 조 씨에게 일부 주민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성실하고 싹싹한 성품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씨는 이장이 되고 나서 석계리의 해결사가 됐다. 숙원이었던 마을 농로 포장과 쉼터인 정자 리모델링을 해냈다. 최근에는 경로당에 요가교실을 마련했다. 담당 관청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민원을 건의하고 설득한 결과다. 이런 공로를 그는 이웃에게로 돌렸다.

“주민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겁니다. 경남도지사님이 지난해 이 자리에서 상을 받았는데, 제가 뒤이어 상을 받게 돼 기뻐요. 한국에 와서 이렇게 많은 인연을 만났다니…. 너무 감사하네요.”

상을 받고, 사회 저명인사 앞에서 소감을 밝힐 기회가 생긴 데 대해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기쁜 날도 오네요. 올해 5월 29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조 씨는 상금으로 받은 500만 원을 신영농법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 대신 농사를 도맡아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이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서였다. 그는 “포도농사를 하는데 영농법 개발에 조금만 투자하면 품질 개량과 마을 소득 증대가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자녀가 시상식장에 오지 못한 점은 아쉬운 듯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에 같이 오지 못했어요. 공부하라고 두고 왔어요. 남편 아들딸 사랑해.” 가족에 대한 애정과 교육열. 그는 다문화 여성이 아니라 평범한 한국 주부였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LG#동아#다문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