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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야한 백일장 ‘에로티시즘 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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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야한 백일장 ‘에로티시즘 문학제’

동아일보입력 2013-05-20 03:00수정 2013-05-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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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성석제 공지영 배출 연세문학회
연세대 ‘연세문학회’가 개최한 ‘에로티시즘 문학제’ 홍보 전단. 연세문학회 제공
한국 문단의 빛나는 별 같은 문인들을 배출한 연세대 동아리 ‘연세문학회’에서 ‘에로티시즘 문학제’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현재 예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다음 달 3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본심 심사는 자타공인 ‘야한 소설’의 대가 마광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맡는다.

연세문학회는 윤동주 시인이 만든 ‘문우(文友)’라는 학내 문예지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 기형도 시인, 소설가 성석제 공지영 등이 모두 이 동아리 출신이다. 정통성이 깊은 문학회에서 마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앞세워 이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달 1일부터 마감 날짜인 13일까지 접수된 원고는 총 44편. 분량은 A4용지 20장 내외의 단편소설이다. 김대환 연세문학회 회장(국문학과 2년)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응모작 중 약 60%는 에로티시즘과 외설적 소설을 구분하지 못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했다. 말초적인 정사 장면을 묘사하는 데 그친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까. 학생들 사이에선 마 교수의 평가기준에 대한 몇 가지 설(說)이 떠돈다. “단 한 줄로 A+를 받은 학생이 있다. 소설은 다음과 같다. ‘남자와 여자가 한 방에 있었다’.”

마 교수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가의 기준은 무조건 독창성과 문장력”이라며 “평가에 대한 비하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 교수가 제시한 구체적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는 “에로티시즘의 핵심인 사디즘(가학적 음란증)과 마조히즘(고통을 통한 성적 쾌감)을 잘 드러낼 것”이었다.

기자는 마 교수에게 “매번 욕먹으면서도 왜 에로티시즘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억누르면 터진다. 나는 성(性)을 문학으로 드러내는 것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이어 “이번 대회는 ‘젊은 마광수’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출품작이 44편에 머문 것은 아직 대학생들이 경직됐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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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김 회장은 ‘문학과 성’ 수업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바탕으로 한 글을 써내 마 교수의 눈에 띄었다. 그를 눈여겨본 마 교수가 이번 기획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회는 국내에선 처음 열리는 에로티시즘 장르 문학제다. 김 회장은 “외국에선 이미 에로티시즘이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성은 삶의 일부다. 야설이라며 폄훼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평가는 다양하다.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생들 스스로 문학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행위를 퇴폐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생 정모 씨(25·문과대)는 “신예 작가를 배출하지 못해 관심에서 멀어진 문학회가 흥행성 이벤트를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종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은 “문학과 에로티시즘의 관계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정신적 고결함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연세문학회#에로티시즘 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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