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뒷談]낸시랭 vs 변희재 설전 3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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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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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오빠 짠하네 앙∼” “마지막 경고! 내이름 언급말라”

고양이 인형을 어깨에 얹고 다니는 여자는 ‘난, 몰라요, 앙’으로 일관했다. 애국진영의 대표를 자처하는 남자는 늘 ‘친노종북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골몰했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얘기가 아니다. 요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연일 이름이 오르내리는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39) 이야기다.

변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동안 낸시랭이 죽었다고 말했던 아버지가 살아있고, 나이를 속였고, 홍익대 미대에 부정입학했으며, 같은 대학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낸시랭은 최근 출연한 케이블 방송에서 변 대표에 대해 “나랑 엮어서 무임승차하려는 게 과도하다. 창피한 줄 알라”고 말했다.

앙숙 같아 보이지만 둘은 닮은 점도 적지 않다. 트위터를 무척 열심히 하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는다. 둘 다 기존의 잣대로 이념지향을 구분하기 모호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낸시랭은 명품과 달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본주의 친화적 인물이다. 반면 변 대표는 안티조선운동, 안티포털운동 등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보수로 전향했다고 하지만 지금도 주류에 속하지 못한 채 기득권에 도전하는 성격이 짙다”면서 “낸시랭을 진보, 변희재를 보수라고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과 SNS에는 “둘이 잘 어울린다. 결혼해라” “변희재 낸시랭 좋아하나” 등의 글도 자주 보인다. 포털사이트에 둘의 이름을 치면 결혼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올 정도다.

1Round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둘의 싸움이 시작된 것은 1년 전이다. 지난해 4월 인터넷 방송 인사이트 TV의 3분 토론이었다. 두 사람은 ‘SNS를 통한 연예인의 사회 참여’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총선을 앞둔 당시 낸시랭은 트위터에 정치인 강용석, 나경원, 전여옥 씨와 관련한 글을 몇 개 올려 화제가 됐고(예: 새누리당에서 국민생각으로 당을 바꾼 전여옥 의원에게 “새누리당은 보수가 적나봐요”) 변 대표는 이를 비판했었다. 다음은 2012년 4월 1일 유튜브에 올라온 인사이트TV 3분토론 내용.

변: 정치를 잘 모르는 분이 그분들에게 굉장히 모독적인 멘션을 날렸어요. 그래서 하필이면 왜 내 친구들만 건드릴까.

랭: 근데 술도 안 마시고, 밥도 안 먹는데 어떻게 친구예요?

변: 일종의 정치적인 동지인데요. 하필이면 왜 내 동지만 골라서 아주 단기간에 공격하는 것인가. 이건 안티 변희재가 아닌가. 그래서 제가 정치적으로 줄을 서지 마시라고 멘션을 보냈죠.

랭: 욕은 아니네요.

변: 네. 욕은 아닌데 협박성이 있었죠.

랭: 어떤 협박?

변: 음, 나중에 (두고)보자.

랭: 나중에 보자? 아 오늘 만났네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웃음)

이 짧은 토론은 과거 ‘비호감 된장녀’로 취급되던 낸시랭이 ‘알고 보면 은근 똑똑하고 귀여운 여자’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 인터넷 매체에는 ‘낸시랭 KO승’ ‘변희재, 낸시랭 반박에 급당황’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2Round 친낸종낸 종낸낸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낸시랭의 ‘친낸종낸 종낸낸파’ 발언부터다. 변 대표가 국가정보원 초청강연에서 낸시랭을 종북주의자라고 칭했다고 한 경향신문의 보도에 대해 낸시랭이 “나는 나밖에 모른다”며 했던 말이었다(변 대표는 이 보도를 두고 “친노종북 세력들이 낸시랭을 띄우려 몰려들 것”이라는 말을 경향신문이 왜곡했다고 밝혔다). 낸시랭은 또 “변 대표가 얼마나 주목받고 싶고 뜨고 싶으면 많은 정치인들을 언급해도 봐주지 않으니까 나를 가지고 가겠느냐”고 말했다.

“변 오빠의 낸시랭 트라우마 이 정도인지 몰랐네요. 절 띄우려고 한다고요? 자기가 뜨려고 하는 거면서. 어쨌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짠하네요.”(3월 4일 낸시랭 트위터)

사실 이 설전에 앞서 변 대표는 트위터와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에 여러 차례 낸시랭과 관련된 글을 남긴 바 있다.

“낸시랭은 현실주의자이지 이념이나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즉 친노종북 세력과 손발이 맞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친노종북 세력들이 낸시랭 주위에 몰린다는 것은 그들의 최후가 멀지 않았다는 자연적, 사회적 예언이다.”(주간 미디어워치 171호 변희재 칼럼 ‘친노종북 세력 사냥을 위한 최후의 미끼 낸시랭’ 중)

한편 변 대표가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그런데 변희재 씨∼ ‘MBC 노조’를 때려잡아야 할 대상이라고 하신 건 공부가 부족해 보여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독재도 아니고. 노조는 대화를 통해 함께 멋진 방송을 만들어가야 할 대상이죵.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이란 걸 잊지 마세용.∼앙∼∼∼!”(3월 27일 낸시랭 트위터)

“노아의 방주에 딱 한 석이 남았는데 바닷가에 진중권과 낸시랭이 있다면, 저는 단연코 진중권을 태웁니다. 진중권은 카피 능력이라도 있는 반면, 낸시랭은 실력 하나로만 따지면 무능력자예요. 즉 쓸데없는 인간이란 거죠.”(같은 날 변희재 트위터)

3Round 내 딸 시랭이

“낸시랭에게 마지막 경고하는데 저능한 친노종북이들 사기 쳐서 먹고 사는 것까지는 봐주겠지만 더이상 그 불결한 입으로 내 이름을 언급한다거나 사회적 발언하는 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사기를 쳐도 금도가 있는 겁니다.”(4월 4일 변희재 트위터)

“ㅋㅋ 변오빤 츤데레(사실은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쌀쌀맞게 구는 캐릭터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끝판왕? 앙∼∼∼∼∼∼!” (같은 날 낸시랭 트위터)

‘마지막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일까. 앞서 한 달여간 트위터를 중심으로 비교적 귀여운 설전이 꾸준히 오갔다면 최근 1주 사이에는 변 대표가 낸시랭을 살벌하게 ‘저격’하는 모양새다. 변 대표는 16일 트위터에 낸시랭 친부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고 이후 낸시랭의 나이와 대학 부정입학, 논문표절에 대한 의혹을 줄줄이 제기했다.

낸시랭은 친부 논란이 일자 트위터에 “변희재 씨와 ‘일베’(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는 남의 아픈 가정사를 들쑤시지 마세요”라는 글을 남겼지만 그 뒤에는 타인의 글을 리트윗 할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낸시랭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자 일부러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는 것 같다. 변 대표는 외골수이며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성격은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단죄하려는 경향을 띤다”고 분석했다. 즉 낸시랭이 보인 정치적인 뉘앙스를 띠는 행동을 변 대표는 불의로 해석했고, 가볍게 끝날 수 있는 설전이 심각하게 번졌다는 의미다.

관전평

길게는 1년, 짧게는 한 달여간 벌어진 낸시랭과 변 대표의 다툼이 두 사람에게 남긴 것은 뭘까. 진보와 보수진영 평론가, 정치인 등 이른바 ‘논객’을 중심으로 두 사람의 설전에 대해 ‘누가 이득이었는지 점수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는 “그런 싸움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며 거부했고 “개인적인 아픔이 드러났는데 점수를 매기는 건 실례”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보수 성향의 강용석 변호사(전 한나라당 의원),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조전혁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새누리당 의원)와 진보 성향인 심영섭 영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 임근준 미술평론가 등 6명에게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초반에는 둘 다 인지도를 쌓는 데 도움이 됐고 재미도 있었으나 최근 폭로전은 모두에게 해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용석 변호사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인지도를 확실히 높였고 그것만으로 이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설전으로 이득을 얻은 사람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의 의견이 갈렸다. 곽승준 교수는 “변 대표는 이번 승부로 인지도가 확실히 올랐지만 낸시랭은 생부 논란, 표절 논란을 겪으며 잃은 게 많다”고 말했다. 반면 조전혁 전 의원은 “싸움의 격이 안 맞다 보니 낸시랭과 논쟁을 할수록 변 대표는 희화화된다. 결국 변 대표의 손해”라고 평했다. 그러나 진보 논객들은 “메시지로 싸움이 안 되니 메신저를 흠집내는 격이다” “변 대표에 대한 대중적 비호감은 더 커졌지만 낸시랭은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임근준 씨는 “낸시랭은 초청받지 않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속옷 퍼포먼스를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비주류에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지만 잡초처럼 살아났다”면서 “‘유명인 흉내를 내는 아티스트’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고 평했다.

당사자들은 어떨까. 낸시랭에게 24일 연락했지만 “방송 녹화로 바빠서 문자를 주겠다”고 하고선 26일 현재 답이 없다. 변 대표는 자신이 낸시랭과 ‘같은 급’으로 다뤄지는 게 불만인 듯 보인다. 23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태의 본질도 파악 못한 수준 이하의 기획엔 어떤 멘트도 허락하지 않을뿐더러 억지로 이 저질 기획을 바로잡지 않고 강행하면 동아일보에서 애국진영에 선전포고한 것으로 받아들여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채널A 영상]변희재가 말하는 낸시랭과의 ‘설전’


#변희재#낸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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