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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연혁]신뢰프로세스, 국내 정치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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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연혁]신뢰프로세스, 국내 정치도 시급하다

동아일보입력 2013-04-18 03:00수정 2013-04-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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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북한의 전쟁 위협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 정치도 불안정한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벌였던 청와대와 국회의 기 싸움에 우리나라 국민의 희망도 함께 날아갔다는 소식이 북유럽에까지 전해진다. 이 같은 갈등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불안한 서민의 생활을 옥죄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실망한 이유는 그릇이 되지 못하는 사람까지 밀어붙이는 인사 방식에도 있었겠지만,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사회 지도자급들의 모럴해저드와 입이 벌어지는 재산 규모였을 것이다. 단골메뉴로 나오는 본인 및 자녀들의 군 면제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음에도 전임 대우로 쉽게 억대 연봉을 챙기고 불법전입과 땅 투기, 아파트 투기 등으로 재산을 증식시킨 그들의 재테크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벅찬 서민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국민의 희망과 행복을 위한다는 정치를 실망과 비애로 바꾼 것이 이번 정부 구성 과정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는다.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실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의 농민 착취 구조나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매관매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도 부패의 사회국가구조는 한 번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역사적 뿌리가 꽤 깊게 박혀 있는 셈이다. 사실 프랑스 혁명, 영국의 명예혁명 등은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층에 대한 단죄적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보다 사회 상황이 더 열악했던 싱가포르는 1960년대 국가 건설 시 부패공화국 청산 없이는 나라가 거덜 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무원과 경찰 등 정부 공조직 종사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줬다. 단, 실수나 뒷거래는 단호하게 척결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게 된다는 것을 실천한 셈이다. 그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지난 199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1995년부터 측정하기 시작한 세계청렴도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줄곧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4.29로 중하위 그룹에 속했다. 16년이 지난 2011년 지수도 싱가포르가 5위를 차지할 때 우리나라는 5.4로 43위에 머물러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사회구조를 자랑하는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은 정부 정보 공개 주의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담당자의 자료 제출을 법으로 보장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 정치인과 정책 담당자가 바로 직무유기로 법의 제재를 받는다. 대신 관료들이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입사할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한 부서에서 일하도록 해 정책 전문가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각 부처에 정책의 최고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부패가 적은 나라일수록 최고위 공무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유독 강하다. 그만큼 정책전문성과 국민봉사정신이 유난히 높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높은 뉴질랜드, 북유럽, 싱가포르 그리고 캐나다 공무원들은 정책숙련도 및 전문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무원 업무구조는 전문가를 양산하는 대신 여기저기 부처를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정책 새내기만 만들어 놓는다. 부처 과장 정도면 정책의 최고 지성이어야 하는데, 알 만하면 새로운 부처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주무정책 과장이 장관에게 정책 하나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상호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듯, 우리나라의 정치행정제도 등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 회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한국은 경제규모는 10위권에 있겠지만 나라 청렴도는 40위권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 퇴임 전 한국의 청렴도를 세계 10위권까지 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말이 10위권이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 왔던 관행과 인사제도, 정책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 무관용 원칙을 도입해 이권, 청탁, 직무유기, 낙하산인사 등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가혹하리만치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중앙에서 지방까지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 인사에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렴도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사용해 볼 일이다.

정부 구성 과정에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것은 신뢰의 정치다. 세종시도 결국 신뢰의 정치로 구해낸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복지가 국민의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기댈 수 있게 해 주고 인생의 실패에서 재기할 수 있는 삶의 옹달샘을 제공해 마른 목을 축여 주는 것이라면, 정치개혁 행정개혁 등과 같은 위로부터의 개혁은 국민에게 그런 힘을 제공해 주는 에너지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신뢰프로세스가 정권의 성공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정부조직법 개정#장관 임명#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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