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경일]무상원조에 대한 오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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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상근이사
민경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상근이사
대외원조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최근 한 방송은 ‘누구를 위한 원조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한 대외원조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이에 앞서 기재부는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국민 다수가 해외원조를 늘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재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해외원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알지 못할 응답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한 조사인지 좀 의문이 든다.

예컨대 유상원조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등의 수식어를 사용한 반면 무상원조는 ‘단순히 퍼주기식 ODA’라고 표현함으로써 그 질적 차이를 고의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유상원조는 대부분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을 훼손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무상원조는 기재부가 설문조사에서 보기로 제시한 식량 원조, 재난 구호, 초청 연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협력, 보건 및 교육, 농업 생산성 증대 및 지역 개발 등 다양한 사업들을 포함한다. ‘단순 퍼주기’로 폄훼해 버릴 대상이 아니다.

한국은 2010년 유엔회의에서 대외 원조 규모를 2015년까지 국민소득 대비 0.25%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소득의 0.1%에 불과한 대외원조를 한국의 성장과 경제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이 약속은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 정부의 이 약속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31.5%가 ODA를 축소 혹은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는데, 과연 정부의 이 약속을 제대로 알려주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큰 관심이 있거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에게 ODA는 생소한 영역이다. 이러한 국민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가, 아니면 거두절미하고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공언한 약속과 상관없이 설문 응답자를 자국의 이익만을 좇는 국민으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정부의 역할인가.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ODA 정책이 ‘협력대상국의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해외원조 정책이 국익을 도외시한 채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난한 나라들의 발전을 돕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으로 내세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원조란 그저 가난한 나라에 물고기를 던져주는 것인가. 아니다. 원조는 가난한 나라의 개발을 지향하며, 선진국이 제공하는 ODA는 그중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한국이 품격 높은 국가가 되려면 원조를 논할 때에도 우리 이익을 먼저 계산하기보다 개발도상국들의 실제적인 ‘발전’을 함께 꿈꾸어야 한다. 진정한 국익 실현은 오히려 그럴 때 가능해질 것이다.

민경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상근이사
#대외원조#공적개발원조#무상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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