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뽑은 지방대 출신, 열 SKY 안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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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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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현장 경쟁력 높아” 채용 붐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대졸 공채사원 중 지방대 출신(KAIST, 포스텍 포함)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의 지방대 출신 공채사원 비중은 2010년 44%, 2011년 42%였으나 작년엔 50%를 넘어섰다. 이 회사는 조선 관련 학과가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 울산대 등 지방 소재 대학에 주로 있는 터라 지방대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채용에 나섰다.

부경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초 입사한 박경구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사원은 “울산과 인접한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위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며 “대학 선배들도 많아 입사 후에도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들 “지방 인재 잡아라”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의 지방대 출신 대졸 공채사원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지방대 비중 35% 이상’을 채용 가이드라인으로 정하면서 지방대(KAIST, 포스텍 제외) 출신 입사자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입사한 대졸 공채사원 9000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36%에 달한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지방대 채용 비중이 25∼27%였던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은 올해도 지방대 비중 35% 이상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며 지방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LG그룹은 2009년경 30% 선이던 지방대생 채용 비중이 지난해 34%까지 높아졌다. LG전자는 지방대 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학 캠퍼스를 찾아다니며 인재 채용에 나설 뿐 아니라 지방대 출신 공모전 입상자를 발굴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역 거점형 우수 인재는 지방 사업장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방대생 채용 비중이 37%에 달한다.

SK그룹도 올해부터 지방대 출신을 30% 이상 뽑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담당 임원들이 전국 지방대를 찾아 저인망식 인재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 지방대 출신 취업 경쟁력 높아졌다

최근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 공채사원 비중을 높이는 데는 수도권과 지방 간 채용 양극화를 해소해 균형 잡힌 인력활용을 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지방대생의 취업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작용했다. 주요 그룹 인사담당 임원은 “지방대 출신들은 지방 사업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터라 ‘현장’에 강한 것 같다”며 “소위 SKY 출신보다 더 나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 대졸 공채사원으로 입사한 이상호 연구원은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과대 기계과 출신이다. 현대·기아차의 브레인들이 총집결한 남양연구소에는 국내 유명 대학은 물론이고, 해외 유수의 대학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즐비하지만 이 연구원은 지방대 출신이라고 결코 기죽지 않는다.

이 연구원은 입사 8개월 만에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자신의 이름을 단 설계도면을 그릴 만큼 뛰어난 업무 성과로 사내(社內)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통 신입사원이라면 입사 2년 후에나 가능한 성과를 이 연구원이 낼 수 있었던 데는 대학 시절 전기자동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쌓은 현장감각이 큰 도움이 됐다. 현대차 인사팀 관계자는 “지방 국립대 출신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쌓은 해박한 자동차 관련 지식으로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보다 회사 업무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효진·이서현 기자 wiseweb@donga.com
#지방대#공채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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