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자동차 시동걸 듯 운동은 살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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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뇌혈관 질환 잦은 계절… 발병원인과 대처요령

심·뇌혈관 질환은 겨울철보다 오히려 봄철에 더 많이 발생한다. 심한 일교차로 혈관수축이 심해지는 게 주요 원인인 만큼 평소 체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동아일보DB
심·뇌혈관 질환은 겨울철보다 오히려 봄철에 더 많이 발생한다. 심한 일교차로 혈관수축이 심해지는 게 주요 원인인 만큼 평소 체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동아일보DB
《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은 흔히 기온이 낮은 겨울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날씨가 풀리는 봄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최근 조사에서는 심·뇌혈관 질환이 봄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는 최근 2년간 센터를 방문한 환자 984명을 분석한 결과 3∼5월 환자 수가 268명이라고 밝혔다. 겨울(12월∼이듬해 2월) 환자는 238명. 봄철 환자가 겨울철보다 더 많았다. 세브란스병원도 최근 2년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3, 4월 환자가 겨울(12월∼이듬해 2월)은 물론 연평균보다 많았다. 2011년 3, 4월 이런 질병으로 이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는 4128명으로 겨울(3976명)보다 3.8% 많았다. 2012년에도 각각 4193명과 4044명으로 봄철 환자가 3.7% 많았다. 》
○ 큰 일교차-심한 혈관수축이 원인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 심·뇌혈관 질환 환자가 더 많은 이유는 뭘까.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봄철의 극심한 일교차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지는 바람에 지나치게 혈관이 수축되기 쉽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좁아진 혈관 부위에 혈전(피떡)이 달라붙어 혈액의 흐름을 차단한다.

봄에 날씨가 풀리면서 옷차림이 가벼워진 것도 원인.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할 수 있다. 오히려 겨울에는 추운 날씨에 대비해 옷과 목도리 모자 장갑 등으로 체온을 유지해 이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겨울을 나면서 운동량이 크게 줄어 몸의 기능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등산이나 마라톤처럼 무리한 활동을 하면 몸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병을 막으려면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아직 우리 몸이 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가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체온이 한겨울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

최 교수는 “특히 고령자들은 장시간 외출할 때 가벼운 외투나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해 체온이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운동할 때는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칭을 포함한 준비운동을 먼저 충분히 해야 한다.

○ 나트륨 과다 섭취는 최악


뇌중풍은 건강한 사람에게 갑자기 발병하는 일이 많지 않다.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장은 “대부분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가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 한번 발병하면 재발률이 높고 후유증이 따르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미리미리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중풍은 발병하기 전에 전조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를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 지나치는 때가 많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둔해지고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지며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고 △어지럽고 걸을 때 비틀거리며 △심한 두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이 중 한 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뇌중풍일 가능성이 72%, 모두 나타나면 85% 이상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도록 한다.

심혈관 질환은 일반적으로 △심한 가슴 통증 △가슴 두근거림 △피로감 △호흡 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증상 없이도 갑자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일어날 수 있다.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사람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때가 더러 있지만 옳지 않다.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뇌중풍과 심장병을 악화시키는 가장 나쁜 식생활은 ‘나트륨 과다 섭취’다. 염분이 혈관에 혈전을 만들어 혈압을 올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의 식단이 하루에 넘지 않아야 할 나트륨 권장량을 2∼3배 초과한다는 데 있다. 염분을 줄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되도록 소금 사용을 줄이고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 양념과 향신료로 맛을 내는 게 좋다.

김치를 담글 때도 천일염이나 마늘, 파 굴 등 천연재료로 간을 맞추자. 국을 먹을 때는 밥을 말아 먹지 않는 게 좋다. 밥그릇에 국을 조금씩 덜어서 먹는 게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외식을 하면 나트륨을 조절하기 힘들다. 따라서 외식 빈도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봄#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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