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막대한 戰費로 재정위기… 미국인 58% “실패한 전쟁”

  • Array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20일 이라크전 발발 10년

미국인들 상당수가 ‘잘못된 전쟁’으로 꼽는 이라크전쟁이 20일로 개전 10년을 맞았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제거됐지만 종족 갈등에 따른 폭력사태와 정정 불안으로 이라크 국가 재건 작업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막대한 전쟁 비용을 퍼부은 미국은 재정위기에 빠져 유일 초강대국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정치권은 이라크전쟁 10년 평가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갈려 정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미래를 위한 교훈을 찾는 성찰도 한창이다. 이라크 독재 체제의 붕괴와 국가 재건 과정은 향후 북한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 ‘잘못된 전쟁’ 비판 봇물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CFR 홈페이지에 게재된 특집 인터뷰에서 “미국인의 피와 재산을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에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인 18만여 명과 미국인 4488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이 퍼부은 전쟁 비용만 1조 달러에 이르고 향후 40년 동안 6조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후세인 축출 이후 정권을 잡은 시아파 정부는 국가 재건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정적 수니파와 쿠르드족,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 등의 무력 공격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폭력 양상은 더 심해졌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6명은 이라크전쟁에 비판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랭어리서치’가 최근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전쟁비용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볼 때 이라크전이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었다’고 답했다고 ABC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CNN 인터뷰에서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면서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으면 2011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변호했다.

○ 이라크전쟁 10년이 남긴 5가지 교훈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 시사 대담프로 앵커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16일 칼럼을 통해 이라크전쟁과 이후 국가재건 과정이 남긴 다섯 가지 교훈을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초기 침투 단계에서 전비를 아끼려고 병력을 최소화했다가 점령 단계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7년 1월 미군 3만 명 증파 선언을 하는 등 10년 동안 9만2000여 명을 파병했지만 시기를 놓친 뒤였다.

자카리아는 “미군은 이라크 점령 한 달 만에 군대를 해산하고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당원들인 정부 요인들을 해직시켰다”며 “갑자기 실업자가 된 이라크 엘리트, 특히 수니파 세력들은 무장 반미 투쟁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군은 후세인 추종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민간에 대한 위압적인 작전을 펼쳤고 이라크인들에게 저항할 명분을 줬다는 것이다.

○ 북한 붕괴 후 안정화 과정 시사점

이라크전의 교훈은 북한 붕괴 이후 안정화 작전에 되도록 많은 병력을 파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2011년 북한이 순순히 무너지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일 경우에도 안정화를 위해 26만∼40만 명의 군사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북한 붕괴 이후 대대로 김씨 일가에 충성해 온 당·정·군 엘리트들을 대부분 숙청해야 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요구지만 이라크의 교훈을 삼는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세미나에서 북한 엘리트들이 남한 중심의 통일에 동조하도록 이들에 대한 사면(赦免) 방침을 미리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숙청은 핵심 엘리트로만 국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이라크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