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김희선 “밥 해놨는데 남편 뭉그적거리면… 밥 ×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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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서 예능 MC 도전… 존재감 철철

SBS 새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걸걸한 입담을 과시하는 김희선(오른쪽). 공동 진행자인 윤종신(왼쪽), 신동엽(가운데)을 압도하는 19금 직설화법으로 MC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 제공
SBS 새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걸걸한 입담을 과시하는 김희선(오른쪽). 공동 진행자인 윤종신(왼쪽), 신동엽(가운데)을 압도하는 19금 직설화법으로 MC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 제공
“밥 먹으러 나오라고 했는데 남편이 뭉그적거리며 늦게 나오면 ‘밥 ×먹어’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SBS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화요일 오후 11시 10분)에서 데뷔 20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 진행에 도전한 탤런트 김희선(36). 진행의 달인 신동엽(42) 윤종신(44)과 공동 MC지만 김희선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거침없는 언변에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로 무리수를 두는가 하면 ‘아줌마 푼수끼’를 발휘해 ‘19금’ 개그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3회분이 방영됐는데 2주 연속으로 강호동의 KBS ‘달빛프린스’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5일 방영분의 시청률은 6.3%, ‘달빛프린스’는 4.8%였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여배우가 토크쇼 진행을 맡아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배우 고현정(42)이 진행자로 나와 큰 기대를 모았던 SBS ‘고쇼’도 “방영 내내 (고개를 숙이고 웃는 고현정의) 정수리만 보인다”는 누리꾼의 질타로 롱런하지 못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토크클럽 배우들’은 황신혜(50) 심혜진(46) 예지원(40) 송선미(39) 등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진행했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방영 7회 만에 막을 내렸다.

배우로서 김희선의 중량감은 고현정에게 한참 못 미친다. 그런 고현정도 두 손 들고 물러난 예능프로 진행을 맡아 강호동까지 누르고 주목받는 비결이 뭘까. 우선 이미지 소모가 적었다는 점이 비결로 꼽힌다. 결혼 생활 6년간 그는 연예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복귀한 그의 미모는 변함없이 화려하다. 하지만 말씨는 여느 아줌마 못지않게 걸걸해 주부 시청자들로부터 “속이 시원하다”는 환호를 듣는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이 주제로 나오면 대본을 내리치며 “여자가 종이냐”라고 소리치고, ‘연인과의 말싸움’에 대해 얘기할 때는 “나도 부부싸움 한다. 치약 뚜껑 안 닫을 때, 술 먹고 내 칫솔 쓸 때…”라고 다 털어놓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오랜만에 연예계에 복귀하며 ‘여신’ 이미지를 버리고 과감히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건 예능 욕심이 크다는 것”이라며 “아줌마 김희선의 모습에 팬들이 호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인기의 정점을 찍었던 KBS 드라마 ‘프로포즈’(1994년)부터 지난해 복귀작 SBS ‘신의’까지 그는 시종일관 당차고 솔직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SBS 최영인 CP는 “얼마 전 ‘힐링캠프’ 게스트로 나왔을 때 보여줬던 가식 없는 모습이 ‘화신’ 진행자 자리를 꿰차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고현정은 대통령(SBS ‘대물’)을 비롯해 무거운 배역을 주로 맡아 MC로서의 모습이 부담스러웠지만 김희선은 초지일관 발랄한 캐릭터로 밀고 나가 이미지 충돌이 없다”며 “직설화법과 부담스러운 당돌함을 희석시키는 귀여움, ‘파’와 ‘솔’ 사이의 높은 톤이 친근감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화신’의 포맷 자체가 여배우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 프로의 첫 코너 ‘문제의 발견’은 MC들이 특정 상황을 콩트로 재연한 후 게스트 3, 4명과 세대별 설문조사 응답을 맞히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전 인기 프로인 ‘헤이헤이헤이’와 ‘야심만만’을 섞어놓은 포맷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성공이 입증된 안정적인 포맷이라 현재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시청자들이 예전 프로들에 비춰 기시감을 느끼면 MC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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