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에서라면 주한미군이 이런 난동 부리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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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서울 이태원동에서 심야에 시민들에게 장난감 비비탄 총을 쏘고 단속 경찰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하는 난동을 부렸다. 자동차를 운전한 것으로 알려진 리처드 딕슨 상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임성묵 순경을 3차례 차로 들이받은 뒤 용산 미군기지 안으로 달아났다. 임 순경은 실탄 3발을 발사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미국에서 경찰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공권력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조준 사격까지 하는 상황임을 미군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한국 공권력 경시 풍조가 초래한 불상사다.

잊을 만하면 주한미군의 범죄가 발생해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에 큰 상처를 남긴다. 지난해 7월에는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미군 헌병들이 주차 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한국 국민을 분노케 했다.

주한미군 측은 어제 딕슨 상병이 진통제를 맞고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경찰 출석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이 쏜 유탄에 맞기는 했지만 추격을 따돌리고 달아난 미군에 대한 조사를 미루는 것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미군 당국이 피의자를 감쌀 경우 주한미군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차에 동승했던 미군 2명이 경찰에 출두하기는 했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범 격인 딕슨 상병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면 한국 경찰이 병원으로 찾아가 조사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은 이번 사건이 한국의 공권력을 무시한 행위임을 인식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문제점에 대한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SOFA 22조는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인 피의자의 구금은 그 피의자가 대한민국에 의하여 기소될 때까지 미합중국 군 당국이 계속 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딕슨 상병이 이를 악용해 기지로 도주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미국은 일부 병사의 일탈 행위가 2만5000명의 주한미군 전체에 먹칠을 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무력도발 위협에 맞서 결속을 강화해야 할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사건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미군 범죄가 계속되면 한국인의 반미감정이 표출될 우려도 있다. 미군 당국은 장병들의 영외 활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한국의 법을 준수하고 공권력을 존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한미군#이태원#장난감 비비탄#리처드 딕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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