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인선]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내정자, 인수위 스타에서 ‘국정총괄 조율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내정자는 20여 년 동안 행정학자로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1월 4일 대통령직인수위 총괄 간사로 인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선 무명(無名)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수위의 ‘깜짝 스타’를 거쳐 정권 초반 청와대 핵심 참모로 발탁된 것. 인수위에서 유 내정자가 보여준 전문성과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깜짝 발탁’이었지만 능력 입증

유 내정자는 박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이 알려진 게 없다. 박 당선인의 다른 전문가 참모들과 달리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 아니다. 대선 공약 수립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정책 조언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그는 “7∼8년 전 박 당선인을 잠깐 만난 적은 있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원으로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기 전 박 당선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직후라고 한다.

5년여 만에 부름을 받은 ‘깜짝 인사’였지만 유 내정자는 인수위 출범 이후 언론의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수위의 핵심 과제인 정부조직 개편과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선정 작업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 40여 분에 걸친 기자들의 질문에도 깔끔하고 논리정연한 설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식년 때도 대학 연구실에 나올 만큼 ‘워커홀릭’인 그는 인수위 활동 중반까지 사무실에서 잦은 밤샘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박 당선인이 강조한 ‘낮은 인수위’와 ‘관료사회에 휘둘리지 않는 인수위’ 콘셉트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내정자는 총괄간사로서 다른 간사들에게 “공무원을 절대 비난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우리끼리 치열하게 토론하자”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관료들에게 자아비판을 하라고 해봤자 저항만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조직 개편 작업 당시 외부의 각종 로비전에 원칙으로 맞서는 단호함도 보여줬다.

○ 한때 폴리페서에 부정적 시각

유 내정자는 그동안 정치권에 특별한 네트워크가 없는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그는 상공부에서 잠시 공직생활을 했지만 미국 유학 뒤 학교에서 조용히 연구만 했다. 강의실에서 정치색을 내비친 적이 없고 폴리페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동기이자 성균관대 행정학과 동료 교수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4년 국회에 진출했을 때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유 내정자가 5년 전 ‘이명박 인수위’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한 뒤 청와대에 입성한 박 장관과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박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정책통’이었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일했고, 수석에서 물러난 지 20여 일 만에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유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의 큰 틀을 짜면서 청와대 비서실 간 업무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2005∼2006년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바른행정본부장으로 활동할 당시 ‘국민의 불필요한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행정 개혁’을 강조했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 제거, 행정정보 대폭 공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박 당선인의 ‘정부 3.0’ 구상과 맞닿은 지점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유민봉#국정기획수석비서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