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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윤택씨 두번 죽인 ‘해도 너무한 댓글들’

동아일보

입력 2013-02-13 03:00:00 수정 2013-02-13 16:50:02

생전엔 인격살인 악플… 죽은 뒤엔 부관참시 악플

죽음을 앞둔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몸속의 암 덩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했던 그의 삶이 조롱받을 때 생에 대한 의지도 흔들렸다. 비웃음으로 가득한 일부 누리꾼의 악플은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려고 애쓰는 그의 영혼마저 서서히 파괴시켰다.

‘말기 암이라면서 방송 나와서 할 거 다하고…. 의심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되지. 욕먹어야 한다.’ ‘위암이 아니라 자살이 아닐까요?’

악플은 그의 죽음 뒤에도 이렇게 이어졌다. 도대체 그들은 왜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것일까. 그들이 얻는 만족의 실체는 뭐란 말인가. 한 강연회에서 고인을 인터뷰하면서 큰 울림을 얻었던 기자의 마음은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감으로 한동안 흔들렸다.

취재 수첩을 열었다. 지난해 3월 임 씨가 학교폭력 예방 강사로 서울 단국공고를 찾았을 때 보여준 희망의 언어와 몸짓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012년 3월 17일자 A25면 참조 “나도 일진이었지만 약한…”

“아픈 게 거짓말이란 소문이 있던데 정말이에요?”

차마 물을 수가 없던 말을 한 학생이 거침없이 내던졌다. 말기 암 환자가 항암 약물치료를 받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몸부림이 삶의 지푸라기를 놓지 않으려는 절규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기자는 인터넷을 달궜던 그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임 씨는 웃으며 칠판에 ‘질문1. 아픈 게 거짓말!’이라고 썼다. 그는 “위암 4기는 생존율이 5.5%예요. 괴로워서 인상만 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는 “하루를 살아도 주변 사람을 위해 가치 있게 살자”고 당부했다. 이 학교 선도담당 교사 여인진 씨는 임 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다른 친구를 배려하고 거친 언행을 자제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고인이 들었으면 기뻐할 이야기다.

그는 11일 33세의 나이에 위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악플에 치를 떨어야 했다. ‘밴드를 홍보하려 암 환자로 행세한다’며 ‘암드립’이란 저주를 퍼붓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임 씨는 악플러들의 거짓 행태를 죽음으로 고발한 셈이 됐다.

악플러들은 이제 “아내와 딸을 남기고 무책임하게 죽었다”며 비난한다. 한술 더 떠 그의 아내와 딸을 겨냥한 악플마저 등장했다. 망나니 같은 인간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고인을 한 번도 만난 적 없을 그들이 배설하는 이 파괴적 미움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악플은 지겨운 병폐다. 죽은 사람에게 악플을 달아 부관참시(剖棺斬屍)하고 성폭행을 당한 아동에게 ‘음란 댓글’을 달아 인격살인을 한다. 12일 인터넷 공간에서는 임 씨에게 악플을 단 사람의 신상이 다시 털리고 있다. 거기에 또 악플이 똬리를 튼다. 잘됐다고 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일반인이라고 악플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신상 털기가 시작되면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최근 여대생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 관련 상담글을 올렸다가 얼굴, 실명, 학교, 페이스북 주소, 사는 곳 등 개인정보가 모조리 악플러들의 손에 공개됐다고 한다.

‘키보드 워리어’(상습적 악플러를 포함한 공격적 성향의 누리꾼)는 명문대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한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커뮤니티에서는 매점에서 선배에게 손찌검을 한 이 학교 학생의 신상이 악플러 손에 공개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의 말이다. “사법기관이 현실에서 벌어진 상해 사건만큼 악플 같은 사이버상 폭력도 무겁게 다스려야 한다. 악플러에게는 형사 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막대한 배상금도 물릴 필요가 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다. 사법당국도 이제는 이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슈퍼스타K에서 항암치료의 고통을 딛고 우승하며 기적을 노래한 임 씨는 악플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내가 죽으면 다 정리될 문제”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임 씨는 빈소의 영정에서도 검은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활짝 웃으며 생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전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의 모든 악을 긍정적으로 대하려 했던 그의 몸부림을 보면서 오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기자의 삶조차 피폐하게 느껴졌다.

울랄라세션이 지난해 발표한 미니음반의 타이틀곡 ‘아름다운 밤’을 작곡한 가수 싸이도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12일 귀국했다. 싸이는 환하게 웃는 영정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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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김수연 기자 tigerma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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