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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의 범퍼카]문명의 발길이 끊어진 곳, 알고보니 관광지?

동아일보

입력 2013-02-13 03:00:00 수정 2013-02-14 05:56:32

연출논란, SBS 리얼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정글의 법칙’에서 ‘문명과 거리가 먼 원시 부족인 와오라니 부족 남자’로 소개한 인물. 하지만 위쪽 사진에서는 같은 인물이 티셔츠를 입고 무전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인물은 아마존의 야스니 국립공원 가이드다. 인터넷 캡처
김병만 닮은 미국 코미디언 일행이 한국을 찾았다.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을 굳이 걸어간다. 민속촌에 도착해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궁(國弓·활) 시범을 선보이는 민속촌 직원을 보며 소리친다. “총도 있는데, 활이라니…. 저들은 문명을 멀리하지. 전통의상(한복)도 입었어. 화살에 맞으면 생명이 위험하니 빨리 친해지자.” 일행은 케이블카와 산책로를 놔두고 길이 없는 숲을 통과해 서울 남산에 오르며 중얼거린다. “사람이 뜸하군. 길을 잃으면 큰일 나.”

이들 일행이 미국으로 돌아가 ‘정글의 법칙-서울 편’을 방송하며 “미지의 아시아를 고생 끝에 탐험했다”라고 소개한다면?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의 실체를 압축적으로 설명한 거야. 이 프로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 “드라마보다 더하다. 동물을 잡아서 근처에 풀어 놓더라”라며 조작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서 난리가 났지. 시청률 20%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가 조작이라니!

하나하나 짚어 보자고. ‘바누아투 편’을 보면 김병만 일행이 문명으로의 발길을 끊었다는 원시 부족 ‘말말족’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와. 어렵사리 동굴과 계곡을 통과하는데, 이는 돈만 내면 일반인도 다닐 수 있는 여행코스라네. ‘정글의 법칙’에서 말말족은 윗옷을 벗은 채로 나오지만 평소엔 티셔츠 입고, 가스레인지 쓰고, 툭하면 관광객과 어울려.

김병만이 낑낑대며 7시간 동안 등반한 야수르 화산. 해발 고도는 겨우 360m야. 1분에 87cm씩 올라간 거니? 아마존 최후의 전사 부족이라는 ‘와오라니 부족’도 만나지. 김병만 일행은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처럼 무서워하던데, 해외 여행 사이트를 뒤져 보니 600달러(2인 기준)면 와오라니 부족 체험 여행이 가능한 걸로 나와. TV에 나오는 와오라니 부족 뒤통수를 잘 봐. 전기 ‘바리캉’으로 다듬어 머리 모양이 반듯해. 페이스북까지 할 정도지.

정글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다 지쳐 지렁이까지 먹잖아. 실제는 어떨까? “‘한 가지 미션이 끝나면 (제작진이 중간 중간에) 먹을 것을 줍니다. 우리도 재미를 위해서, 또 원시 부족의 전통을 보여 주기 위해서 벌레도 먹고 하는 겁니다. 벌레로 배를 채우는 거 아니에요.”(김병만)

제작진은 이렇게 해명했어. “야수르 화산은 차로 갈 수 있는 관광지예요. 우리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리얼리티를 다룹니다. 또 원시 부족 중에는 문명화된 사람도 있지만 이들을 따로 보여 주지 않은 것은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저희 촬영 의도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정 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거야. 제작진은 사전 답사로 장소, 코스, 등장 부족을 미리 섭외하지. 정말 ‘리얼하게’ 정글 탐험을 하면 김병만은 죽어. 1999년 KBS ‘도전 지구탐험대’에 출연한 탤런트 김성찬은 라오스 오지를 다녀온 뒤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어. 2005년 탤런트 정정아도 같은 프로를 촬영하다 아나콘다에게 물려 2년간 방송 출연을 못 했지.

‘리얼’이 가능하겠어? 몸에 해로워도 화학조미료(MSG) 넣어야 감칠맛 나잖아. 어느 정도의 연출, 이해하자고. 다만 제작진이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가라”라고 외치던데, 그런 태도가 시청자들을 더 열 받게 해. “재미와 안전을 위해 연출된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해야 상식적인 거지. 그나저나 우리 보영이 어쩌지? 목동(SBS) 갈 때 뒤통수 조심해. 병만이 형이 한 대 때릴지도 몰라∼.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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