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마이스터고 변신… 시골 꼴찌학교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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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면 음성 나들목(IC) 이정표가 보인다. 거기로 나와 한참 들어가면 시골 마을. 충북 음성군 금왕읍이다. 국내 고추의 주산지임을 알려주듯 마을은 고추밭 천지다.

이곳에 학교 하나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다. 외관이 대학 공대 캠퍼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놀랍다. 최첨단 장비가 가득하다. 학생들에게 반도체의 모든 공정을 가르치는 데 활용하는 설비다.

충북반도체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꼴찌 학교’였다. 정원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미달 사태가 반복되니 내신성적을 보지 않고 학생을 뽑을 정도. 교사 충원 역시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가 이 학교를 꺼렸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률이 5 대 1에 육박한다. 이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뒤 인문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더 많다. 눈에 띄는 건 지역 내 평가다. 넓게는 충북 전체, 좁게는 인근 지역 주민까지 학교를 자랑스러워한다. 학교 이름이 고추 못지않은 지역 명물이 됐다.

이런 변화는 2010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서 가능했다. 삼성반도체와 SK하이닉스 등 30여 업체와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최신 시설, 탄탄한 교육과정으로 올해 취업률은 100%에 육박한다. 신경인 교장은 “적어도 취업 준비가 힘들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란 말은 우리 학교 졸업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충북반도체고는 마이스터고가 지역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일단 음성 출신 학생 비율이 60%가 넘는다. 충북 전체로 확대하면 이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충북 교육청 관계자는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일찍부터 충북반도체고를 목표로 준비한다. 꼴찌 학교가 우수 학교로 변하니 지역 학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동부하이텍 등 지역 산업체에선 “기술에 열정까지 갖춘 준비된 졸업생이 많아 누구를 뽑을지 모르겠다”며 고민할 정도.

충남 당진의 합덕제철고도 주목할 만하다. 합덕산업고로 불리던 시절, 이 학교는 해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입학 성적은 당진에서 최하위를 다퉜다. 그러다 2008년 합덕제철고로 교명을 바꾸고 2010년 국내 유일의 철강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완전히 다른 학교가 됐다. 시골 전문계고에서 글로벌 철강 인력을 양성하는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제강과 압연 등 실습 과목 비중은 65%. 학생들이 가진 철강 분야 자격증은 평균 6개. 또 토익 점수가 700점 이상이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런 고급인력이 지역 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같은 업체와 함께 철강 도시 당진의 발전을 돕게 됐다.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봉사활동을 한다. 노인들을 찾아가 이발과 발마사지 등 서비스를 한다. 텃밭을 가꾸는 ‘노작(勞作)’ 활동은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박석우 합덕제철고 마이스터부장은 “몇 년 전 우리 학생들은 동네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고, 사고를 많이 치는 바람에 파출소를 들락날락했다. 동네 주민의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주민들이 학생들을 서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니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라면서 웃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마이스터고#합덕제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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