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강명]면접관이 놓치는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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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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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2시 반, 샌프란시스코에서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은 몇 명일까?” 구글이 채용 면접에서 구직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요즘은 한국 기업의 면접관들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유행인 것 같다. 그런 이색 질문 목록을 읽으며 ‘역시 세계 일류 기업들은 다르구나’ 하고 감탄하기보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편이다. 저런 질문으로 정말 사람의 창의력을 가늠할 수 있을까. 창의적이지만 말발이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최고의 싱어송라이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쩔쩔 매는 경우를 보더라도 답변을 깔끔하게 잘하는 것이 창의력은 아니다.

▷면접관이 끄덕거릴 답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정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는 처음에 찬사보다는 무시를 당할 수도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처음 접한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혹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7.8점을 줬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대에 갇힌 심사위원은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알아보기 어렵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평가하겠다는 각종 시험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다. 약간 참신한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어눌한 천재는 쓴잔을 마실 수도 있다. 복잡한 대입 전형이나 압박 면접보다 학력고사나 토익점수가 차라리 효율적이고, 심지어 공평한 선발 제도라는 생각마저 드는 건 그래서다.

▷딱한 것은 이런 유행을 부지런히 쫓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대학생 인턴기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광고 문구처럼 톡톡 튀는 문장 속에서 되레 길을 잃고 혼란에 빠져든다. 요즘은 그렇게 써야 한단다. 유행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이 어찌 창의적 인재일까. 도전이 상품이 되기도 한다. 대형 서점에 가면 한 코너가 소위 ‘도전기’다. 어디어디를 여행했다거나 무슨 봉사활동을 했다거나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났다든가 하는 내용들을 훑다 보면 이 역시 ‘허락 받고 하는 도전’ ‘평가받기 위한 도전’이 아닌가 싶은 고약한 생각이 든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세태도 안타깝지만 도전을 위한 도전이라면 그도 공허하다.

▷젊으니까 톡톡 튀어야 한다. 젊으니까 도전해야 한다. 젊으니까 아파야 한다. 젊음을 규정하는 말이 많기도 하다. 세상이 정작 진짜 도전, 진짜 개성, 진짜 고통을 알아봐 줄지는 회의적이다. 공모전에 몇 번 떨어졌다고, 면접에서 몇 번 미끄러졌다고, 해외 배낭여행 못 가 봤다고 자신의 창의성을 의심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한없이 가벼운 이 시대에도 두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첫째, 이러저러한 잣대로 젊은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젊은이보다 먼저 물러난다. 둘째, 결국엔 누구나 자기 능력을 자기소개서나 재치문답이 아닌, 결과로 보여 줘야 한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면접관#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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