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는 암세포”… 정부, 이마트에 메스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당노동행위는 노사 관계의 ‘암세포’나 다름없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신세계 이마트 등 일부 유통업체에서 나타난 부당노동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노조를 파트너로 상대하지 않고 아예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한마디로 발상이 잘못됐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그동안 제기된 이마트 관련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 등을 상기하면서 “일부 노조가 정치권을 끌어들여 노사 간 현안을 정치공방으로 변질시킨 것도 잘못이지만 이번처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역시 ‘암세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은 최근 민주통합당 노웅래 장하나 의원이 “이마트 측이 작성했다”며 문서 및 e메일을 공개하면서 본격화했다. 공개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마트는 기업 위상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 노무관리를 답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마트는 노조를 설립했다가 해고된 직원을 이른바 ‘MJ인력’으로 분류했다. MJ는 ‘문제’를 영어 약자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6월 작성된 인사담당 간부의 e메일에는 ‘MJ인력과 친분 있는 인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 이들이 세력을 결집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마트는 이들의 관계를 마치 가계도처럼 만들어 동향을 파악했다.

또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 홈페이지에서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직원에 대해 쓴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 등으로 퇴사를 유도할 예정’이라는 보고문서도 공개됐다. 각 지점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나 경찰 공무원 명단도 들어 있어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사담당 직원 사이에 오간 e메일에는 모 직원에 대해 ‘여자친구가 민노총 사진기자로 판명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교제한 지는 2년가량 됐다’는 내용이 있다. 여자친구가 과거 이마트 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내용을 알아내 인사카드까지 확인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인터넷 취업카페도 ‘사찰’의 대상이었다. 한 인사담당자는 취업카페에 올린 글을 검색해 “입사하고 힘이 든다. 위에서 힘드냐고 물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는 내용의 한 수습사원 게시글을 찾아낸 뒤 “지각 3회를 한 내용에 대해 사유서를 받아 불합격시켜야겠다”고 보고했다.

2010년 10월 작성된 ‘부천점 불온서적 적발 관련’이라는 문서에는 협력업체가 관리하는 상자에서 ‘전태일 평전’이 발견된 뒤의 조치사항이 적혀 있다. 지점 측은 소유자를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협력사원 3명에 대해 퇴점 및 순환근무 조치가 필요하다. 인근 타 경쟁점으로 순환발령 조치함이 타당하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7월 작성된 e메일에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와해시키는 과정이 담겨 있다. 결국 노총 가입을 주도한 근로자가 퇴직하자 “주동자 4명 중 2명을 퇴사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마트 측은 일부 문건의 존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본사가 아닌 개별 지점 차원에서 만들었고 실제 이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된 문제점과 논란을 모아서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17일부터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마트 본사 관할인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및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이 투입됐다. 문제가 제기된 일부 지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공무원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25일까지로 예정된 특별근로감독 기한을 연장하는 한편 필요하면 검찰 지휘를 받아 압수수색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마트를 비롯해 유통업계의 노무관리가 다른 곳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편”이라며 “문어발식으로 지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김범석 기자 starsky@donga.com
#이마트 의혹#고용장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