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산도녀’ 뚜벅… 등산이 젊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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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등산을 시작한 직장인 최모 씨(35·여)는 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2주에 한 번꼴로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등산전용 의류와 장비도 적잖게 사들였다. 그는 “지난해에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알리지 않고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올랐다”며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매력 때문에 등산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등산을 즐기는 20, 30대 ‘산도녀(산을 즐기는 도시 여자)’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40대 이상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산이 좀더 젊은 세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 등산인구가 젊어졌다

제일기획은 올해 초 전국 6대 도시에 사는 만 13∼59세 남녀 3800명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등산은 20대 여성의 주말 여가활동 중 5위에 올랐다. 20대 남성이 꼽은 상위 취미 10개 중에는 등산이 들어있지 않았다.

등산을 즐기는 젊은 여성이 늘어난 데에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힐링’ 열풍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란 책을 발간한 이송이 작가(34)는 “특히 서른 즈음의 미혼 여성들이 새로운 등산인구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서른 즈음에 제2의 사춘기를 겪어요. 입시와 취업 등으로 정신없이 살았던 20대를 지나면 안정감과 함께 매너리즘이 찾아오거든요. 친구들도 미혼과 기혼으로 나뉘고요. 직장 4, 5년차의 공허함을 달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취미로 등산을 택하는 미혼여성이 꽤 많습니다.”

이효리 전지현 등 인기 연예인들이 등산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피부 관리,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실도 등산의 인기몰이에 도움이 됐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윤아와 씨스타, 이연희 등 20대 스타들이 아웃도어 광고모델로 속속 기용되면서 등산의 이미지 자체가 젊어지기도 했다.

○ 치마 입고 등산하는 도시 여자들

아웃도어업계는 산도녀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성용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청계산 등산로 입구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들에선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여성용 의류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곳 매장의 관계자들은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 고객 비중이 최근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K2 매장의 김재복 대리는 “여성 고객이 많아지면서 2011년 검은색으로만 출시됐던 등산용 패딩 스커트가 지난해에는 노란색 주황색 등 다양한 색으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실제 K2의 20, 30대 신규 여성 고객은 최근 3년간 385% 늘었다. 같은 기간 40, 50대 여성 고객의 증가율(2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여성 의류제품 비율을 상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한 아이더는 최근 여성의 신체 특성을 고려한 여성용 배낭을 새롭게 선보였다. 코오롱스포츠가 2030 여성을 겨냥해 내놓은 도시형 아웃도어 라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한편 산도녀 트렌드가 일본의 ‘야마 걸’ 신드롬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도 있다. ‘야마 걸’은 일본어로 산(山)을 뜻하는 ‘야마’에 소녀를 뜻하는 ‘걸(girl)’을 붙인 말로 3, 4년 전에 생겼다. 산을 즐기면서 아웃도어 패션을 개성 있게 연출하는 젊은 여성을 가리킨다. 결국 건강과 멋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은 이제 세계 공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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