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한국 ‘탈북자 간첩’ 딜레마]“혹시 내 정보도 샜나… 北가족 괜찮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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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사회 불안 확산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가 기분 좋게 인사했는데 저를 보는 시선이 이상했습니다. 한 직원이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혹시 나도 같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지 신경이 쓰여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어요. 오늘 완전히 ‘멘털 붕괴’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탈북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최대 1만 명 이상의 신상정보가 북한으로 빼돌려져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유 씨가 성공한 탈북자로 과거 여러 차례 언론에 나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탈북자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전영수(가명·53) 씨는 21일 “북한에 자식을 두고 왔고 북한 당국은 내가 한국에 온 줄도 모른다”며 “내 정보도 넘어가 북한 자식들이 큰 화를 당할 것 같아 가슴이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다른 탈북자들이 사회적 편견의 희생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국내 모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혁 씨(31)는 “최근 들어 탈북자들에게 공직 진출의 길이 확대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사건은 그 분위기를 한꺼번에 잠재울 수 있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탈북자 전체를 잠재적 간첩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이 만들어질 것 같아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탈북단체들도 큰 우려를 나타내며 현재 탈북자 정보 관리 시스템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접촉한 흔적을 철저히 조사하고 탈북자 정보 관리와 관련된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요즘은 보험회사도 탈북자 명단을 갖고 있고 탈북자 관련 책자나 언론 등을 통해 탈북자들의 정보가 많이 새나가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간첩 몇 사람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열심히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많은 탈북자가 고립될 수 있다”며 “탈북자들을 감싸 안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성하·박희창 기자 zsh75@donga.com
#북한#탈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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