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서울대의 古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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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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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이란 누구나 한 번쯤 읽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다.” 자신의 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말이다. 고전은 고리타분하며 부담스럽고 특별한 사람이나 읽는 책이라는 일반인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서울대 인문대가 내년부터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의 본질’을 익히는 고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마다 고전 3권을 선정해 읽고 소모임을 통해 토론을 벌이는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원래 대학의 본령은 전인(全人)교육이며, 전인교육의 바탕에는 인문학과 고전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인문대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위해 특화한 단과대학이다. 그럼에도 인문대가 별도로 고전 읽기 수업을 한다는 것은 한국의 대학교육이 크게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취업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고전과 멀어져 있고 인문학적 소양이 기대 이하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의 시카고대는 처음부터 일류 대학이 아니었다. 시카고대가 약진한 것은 1920년대 로버트 허친스 총장 때부터다. 허친스 총장은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가 아닌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는 소위 ‘시카고 플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시카고대는 1929년부터 200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68명을 탄생시킨 세계 굴지의 교육기관이 됐다. 미국 명문 교양중심대학(liberal arts college)인 세인트존스칼리지는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4년 커리큘럼의 전부다.

▷고전은 오늘날 각종 문화콘텐츠의 보고(寶庫)이며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되고 있다. 첨단지식이 쏟아지고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고전의 가치가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개발 과정에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반영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기본 골격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크게 의존한다. 르네상스 이후 근대사상은 플라톤 국가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의 고전 읽기 수업이 다른 단과대, 아울러 전체 대학으로 확산돼 고전 르네상스로 이어지길 고대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서울대#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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