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 사건·범죄

‘공포의 호주’ 한국인들 떨고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12-12-03 03:00:00 수정 2012-12-03 16:47:08

본보 현지취재… 알려진 폭행 4건外 강도 2건 더 확인
브리즈번 주변 유학생 상대 ‘인종 증오’ 가능성
濠경찰 소극 대응… 韓공관 “주재관 급파” 뒷북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한데 아시아인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멍청하고(stupid), 어리석어(silly).”(호주 퀸즐랜드 주 경찰청 로드 캠프 경위)

호주 유학생인 조모 씨(27)는 지난달 퀸즐랜드 주 주도(州都)인 브리즈번에서 전화통화를 하다 백인 청년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출동한 경찰차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원래 이런 사건이 자주 일어나느냐, 인종범죄 아니냐”라고 묻자 “왕왕 일어난다”라며 자기들끼리 아시아인은 멍청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호주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고, 그 가운데는 ‘인종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사건이 상당수 있는데도 호주 당국은 사실상 이를 묵과하고 있어 교민과 유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주호주 한국대사관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9∼11월 석 달간 호주 현지인이 한국인을 폭행해 중상을 입힌 사건은 4건이다. 하지만 1일 동아일보 현지 취재 결과 최근 강도 등 한인 대상 범죄가 2건 더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범죄는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등 젊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집중됐다.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경 박모 씨(29·여)가 브리즈번의 렁컨 지역에서 백인 남성 3명에게 강도를 당해 휴대전화와 가방을 빼앗긴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 발생 40분 뒤에는 근처에 있는 브리즈번 서머뱅크힐에서 또 다른 ‘워홀러’ 김모 씨(21·여)가 현지인 2명에게 강도를 당해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두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골드코스트에서는 그날 오후 9시경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28·여)가 10대로 보이는 현지인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김 씨는 1일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뒤에서 백인 남성 1명과 마우리족(뉴질랜드 원주민) 여성 2명이 다가와 욕설을 했다”라며 “‘왜 욕을 하느냐’라고 묻자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30대 이상 얻어맞아 코뼈가 골절됐다”라고 말했다.

시드니 한인회 관계자는 “나도 1년이면 몇 번씩 길에서 인종차별적 욕설을 듣는다”라며 “교민들이 드러내진 않지만 저마다 크고 작은 차별을 겪은 데다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교민 사회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인 상대 범죄가 잇따랐는데도 호주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입장이며, 주호주 한국대사관은 사실상 이를 방관해 왔다. 그러다 한국 내에서 심상치 않은 비판 여론이 일자 주시드니 한국총영사관은 부랴부랴 경찰 주재관을 브리즈번에 급파하기로 하는 등 뒷북 대책에 나섰다.

시드니=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재테크 정보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국제

사회

스포츠

연예

댓글이 핫한 뉴스

오늘의 dongA.com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뉴스 설정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