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도윤]자격증을 미끼로 희망을 팔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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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 저자
김도윤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 저자
필자는 직업 특성 때문에 청년 상담을 하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아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 하나인 자격증에도 경험 아닌 경험(?)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경험해 보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어 나도 어느덧 20개가 넘는 자격증이 생긴 것이다.

나는 자격증을 따고 나면 해당 자격증에 대한 평가와 실제 활용도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적는다. 간접적으로라도 해당 자격증에 대한 솔직한 정보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다음과 같은 e메일을 받았다.

“선생님의 글로 인해 학생들이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시 한 번 게재할 경우 변호사와 의논하여 명예훼손 절차에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이 업체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뒤 블로그에 ‘돈만 주면 다 딸 수 있는 수료증과 같은 자격증이다. 실제로 큰 쓰임이나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라는 견해를 올렸었다. 실제로 이 자격증은 취득 과정이 MP3 파일을 몇 번 듣고 보고서를 내면 대부분 통과(?)되는 수료증 취득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설 자격증이었다.

업체의 e메일을 받고 난 뒤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미끼로 자격증 장사를 하고 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스펙, 스펙 하는 사회이다 보니 많은 청년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에 목을 맨다. 그런 청년들이 바로 자격증 발급 회사들의 먹이가 된다. ‘취업 필수 자격증’이라고, ‘많은 기업에서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라고 불안한 청년들을 꼬드긴다. 취업에 지친 청춘들은 ‘혹시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서 개수라도 늘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전한다. 하지만 과감히 말하건대, 이런 유의 자격증은 ‘따는 것’이 아니다. ‘사는 것’이다

요즘은 아예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자격증들도 넘쳐 난다. 1박 2일 캠프를 가면 3종 세트 자격증을 주는 곳도 흔하고, 심지어 두 과목 동시 취득 시에는 또 다른 자격증 1개를 덤으로 자동 발급해 주는 곳도 있다. 자격증이 무슨 대형 마트의 1+1 행사 사은품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런 자격증이 과연 일정한 자격을 보장해 줄지도 의문이고 기업에서 그런 자격증을 취업에 좀 더 유리한 가산점으로 쳐 줄지는 더욱 의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격증을 하나라도 따야 할 만큼 절박한 청춘들에게 그런 자격증에 대해 허와 실을 전달하는 나의 일이 정말 명예훼손인지는 더욱더 의문이다.

아직 마땅한 규제가 없는 이 자격증 홍수 시대에 바라는 것은 두 가지다. 정부는 취업난을 돈벌이로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을 엄정히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자격증을 발급할 자격이 그 업체에 있는지 냉정히 평가하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바란다.

청년들 또한 정신 차려야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자격증은 ‘일정한 자격을 인정해 주는 증서’다. 시간과 돈을 주면 그냥 얻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자격을 얻는 것이 자격증이라는 이야기다. 최소한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단 몇 시간 만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면, 그 자격증이 과연 얼마나 인정을 받겠는가?

세상에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취업이 어렵다고 종잇조각에 불과한 자격증에 부모님의 피와 땀을 배부른 업체에 고스란히 넘겨주느니, 자신의 땀과 노력이 담긴 진짜 자격증을 취득하기 바란다. 그게 진짜 자격증이고, 그게 진짜 당신의 실력이다.

마지막으로 자격증을 파는 업체에 이야기하고 싶다. 희망이란 주는 것이고 나누는 것이며 받는 것이자 얻는 것이다. 팔아먹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김도윤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 저자
#자격증#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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