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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기욱]美 외교정책에서 북한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기사입력 2012-11-10 03:00:00 기사수정 2012-11-10 03:00:00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당초 예상과 달리 비교적 여유 있게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제 선거에 대한 부담 없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을 비롯해 중동지역 분쟁 해결, 미중관계 재정립 등 어려운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2기 행정부 외교 큰변화 없을 것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동 문제 해결이라는 난제 속에 다른 외교 안보 문제는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아시아의 중요성을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했으며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보다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2기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윤곽이 잡히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백악관 안보팀은 유임되거나 다른 요직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물러날 것으로 보이며 존 케리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 등이 후임 국무장관에, 그리고 애슈턴 카터 현 부장관이 후임 국방장관에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외교안보팀 수장이 되든 기존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시아를 중심축(pivot to Asia)’으로 하겠다는 외교정책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군사동맹과 자유무역협정을 두 축으로 한 한미관계는 여전히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로 일관한 대북정책이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미동맹 등에 있어서 다소의 변화는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다음 달 치러질 한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그 변화의 폭은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이 역사상 한미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며 여기에는 두 정상 간의 친밀한 관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미관계가 굳어진 만큼 한중관계가 훼손되었다는 국내 여론에 비추어 한국의 차기 정부는 좀 더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대 현안인 남북경협 확대와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입장 차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이 경협에 방점을 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경우 미국으로서도 이를 존중하고 또 지원하겠지만 그렇다고 비핵화가 정책순위에서 멀어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솔직히 미국에 북한 문제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지난달 외교정책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간 벌어진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도 ‘북한’은 그저 한 차례 거론된 정도였다. 안보 문제는 중동, 아시아 문제는 중국이 토론의 중심을 차지하였다. 물론 재선의 부담이 없는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산적한 현안이 많아 여력이 많지 않다.


한국이 어젠다 만들고 美 설득해야

따라서 대북정책 등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어젠다와 정책을 만들고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의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듯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히고 대북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어떤 전략과 정책으로 풀어갈 것인지, 또 제시된 방안들이 현실성이 있는지,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미국이나 중국 등 이해 당사자들과는 어떠한 논의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 차가 지난 정부의 한미관계 그리고 현 정부의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제 북한 이슈도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닌 미중관계 등을 포함한 보다 복잡한 고차(高次)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데 그치거나 단순히 과거의 ‘햇볕정책’으로 회귀해서는 어떠한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이 말해주듯 경제가 대선의 핵심을 이루는 미국에서조차 마지막 대선 토론은 외교 안보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남북관계 등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뚜렷한 철학 없이 선언적 공약을 나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치열한 논쟁을 통해 유권자들이 제시된 정책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선택받아야 한다.

내년은 동북아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력에 복귀하였으며 북한도 김정은 체제를 다지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가 재선되면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과의 관계 정립을 고민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민당 아베 신조의 총리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요동치는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이들 국가 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분단국가인 한국에 외교 안보는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10대 강국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분명한 역사인식과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지도자는 아무리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정치쇄신을 부르짖는다 해도 차기 행정부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남은 대선 기간에라도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미래와 전략을 놓고 후보 간 치열한 정책 토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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