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꼼짝마” 이혼 첩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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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에 블랙박스… 위치추적기… 체액검출시약…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명 ‘불륜 시약’ 제품. 속옷에 묻은 정액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도는 알 수 없다. 인터넷 화면 캡처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명 ‘불륜 시약’ 제품. 속옷에 묻은 정액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도는 알 수 없다. 인터넷 화면 캡처
캠퍼스 커플인 이모 씨(44·여)와 윤모 씨(48)는 1991년 결혼했다. 하지만 윤 씨는 2010년 8월부터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아내는 일이 바쁘다면서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고 외출도 잦아졌다. 토요일마다 등산모임을 간다며 나가 일요일에 들어오곤 했다. 전전긍긍하던 윤 씨는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했고 얼마 뒤 녹음된 내용을 통해 아내가 내연남에게 “여보”라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됐다. 아내는 “잘못했다. 더이상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결국 윤 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7월 “이 씨는 남편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보기술(IT)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배우자의 불륜을 알아내는 데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굳이 흥신소 등을 찾지 않고도 차량용 블랙박스, 위치추적장치, 음성인식녹음기 등의 장비를 직접 구입해 설치한다. ‘이혼 첩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모 씨(49·여)도 전 남편 김모 씨(51)에게 ‘위치추적’을 당했다. 의처증이 있던 남편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해야겠다며 자주 정 씨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정 씨를 때리기도 했다. 그러던 남편은 어느 날 “당신이 바람을 피운 증거”라며 지도를 내놓고 추궁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자신의 승용차에 위치추적장치를 붙여놨던 것이다. 참다못한 정 씨는 이혼 소송을 냈다. 남편은 법정에서도 위치추적 기록을 대며 아내의 불륜을 주장했지만 광주지법 가사부는 “위치추적 결과만으로는 불륜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남편은 아내에게 재산분할로 1700여만 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2010년에는 한 변호사가 집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교사였던 배우자의 부정행위 증거를 잡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에 사는 최모 씨(25·여)는 남편이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점을 이용해 통신사에 위치추적을 요청한 결과 남편의 부정행위를 잡아냈고 지난해 위자료를 받았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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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섭 변호사는 “과거에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배우자의 불륜을 캤지만 최근에는 블랙박스 등의 첨단장치를 통해 배우자의 부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 ‘위치추적장치’라고 치면 ‘남편이 바람피울 때 위치추적기로 확인하는 법’이라며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글들이 연이어 나온다. 자동으로 목소리를 인식하는 녹음기는 물론이고 속옷에서 정액을 검출할 수 있는 시약도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수집된 정보는 형사재판에서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지만 이혼 소송에서는 상대방의 불륜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이혼 소송과는 별도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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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첨단기기#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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