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확대의 불편한 진실… 대선 이슈로 떠오른 증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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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캠프, 부가-종소세 카드 만지작… 文 캠프, 법인세 인상 재벌세 도입
安 캠프, 중하위 계층도 비용 분담

《 각 후보 진영이 ‘증세(增稅)’ 공방을 본격화한 것은 납세자의 부담 증가 없이는 복지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뜻이다. 증세의 전반적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어떤 세목(稅目)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크다. 또 많은 전문가가 “어떤 시나리오이건 납세자의 반발과 경제적 부작용 때문에 실제 증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 전문가들 “차기 정부 부가세율 논의 불가피”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6일 “부가가치세는 35년간 세율(10%)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상태”라며 부가세 인상 검토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한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은 17일 “다음 정부 들어 새 복지 수요가 늘었을 때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이럴 때 세제 개편을 얘기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전반적으로 검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지, 꼭 부가가치세를 손질한다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발(發) 부가세 인상 논란은 이렇게 하루 만에 끝났다. 하지만 복지 확대에 필요한 연간 수십조 원의 재원을 충당하려면 결국 부가세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치권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부가세에 대한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3명의 유력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약속한 대로 복지 확대를 모두 실천하려면 결국 부가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가세는 물건값이나 서비스요금에 붙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올해에만 총 54조513억 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돼 전체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중(27.3%)이 가장 크다.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에 비해 세금을 거두긴 쉽지만 소득 수준이나 재산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율로 세(稅)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세율 인상 문제는 이제껏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부가세가 인상되면 물가가 올라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리도 작용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금을 걷기 쉽다고 부가세를 올릴 경우 세 부담이 저소득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유세·법인세 놓고 여야 대립


부유세 신설 문제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11일 사견이란 전제로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부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각각 “부유세는 이론적으로 썩 좋지 않은 세금”(문 후보캠프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부유세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안 후보캠프 장하성 고려대 교수)며 반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도입을 주장한 부유세를 민주당이 거부한 꼴로, 이는 양당이 얘기하는 ‘부유세’의 개념이 달라 생긴 일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세율이 낮아지고 과세 대상이 축소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법인세 인상을 놓고도 여야는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법인세는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국가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인상에 반대했다. 반면 문 후보는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200억 원 초과)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여 대기업의 세 부담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집단 내 법인 간 배당수익에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재벌세’ 도입을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법인세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6%)과 비슷한데 실효 세율이 매우 낮다”며 “대기업 감면은 대폭 손질하고 혜택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고소득층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고세율(38%) 과표 구간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2억 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이 밝혔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는 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안 후보는 40%에 이르는 면세 계층을 줄이고 넓은 계층에서 소득세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증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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