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기출문제, 학원 무료강의 앞으론 못듣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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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부-평가원 ‘저작권’ 주장
모의고사 풀이 학원사이트 “무단게재 중지” 경고장 보내… 문제-답안지 모두 내려
업계 “수능문제는 공공재”… EBS만 허용에 거센 반발

EBS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능 모의평가(9월 4일)의 해설강의. 강사가 언어영역 12번
문제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한다. EBS 인터넷 해설강의 화면 캡처
EBS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능 모의평가(9월 4일)의 해설강의. 강사가 언어영역 12번 문제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한다. EBS 인터넷 해설강의 화면 캡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대부분의 수험생이 사교육기관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동영상 해설 강의를 본다. 거의 무료다. 유명 강사가 문제를 하나씩 보여주며 설명하니까 이해하기 쉽다. 또 이런 사이트에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내려받아 가채점을 한다.

올해 수능(11월 8일) 이후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문제의 저작권을 내세워 사교육기관의 수능 문제 이용을 금지한 결과다.

평가원은 지난달 수능 모의평가 직후 사교육기관에 ‘저작권 침해 중지 경고장’을 보냈다. 경고장은 △수능 문제는 응시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고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정신적 노력이 반영된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된다 △문제지와 정답을 무단 게재하는 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평가원은 6월 모의평가 전후에도 같은 내용의 경고장을 사교육기관에 보냈다.

이에 따라 사교육기관들은 자체 홈페이지의 ‘모의고사 서비스’ 코너에 있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지웠다. 그 대신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보도록 링크를 걸었다. 해설방식도 문제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 강사가 읽는 식으로 바꿨다.

교과부와 평가원은 사설업체의 수능 기출 문제집 제작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늦어도 수능 기출 문제집이 나오기 전인 내년 초까지는 방침을 결정하겠다. 이미 유통된 기출문제집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며 “저작권료를 내면 일부 활용을 허용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와 평가원은 EBS에 대해 “수능 저작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예외를 인정해줬다. 내년부터는 수능 기출 문제가 EBS 교재에만 실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교과부와 평가원의 방침에 대해 사교육기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업체는 “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제를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우리 홈페이지에 올릴 뿐이다. 수능 문제는 공공재 성격을 갖는데, 저작권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B업체는 “저작권이 있다면 EBS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능과 EBS 연계율이 70%라 출판업계가 고전하는 마당인데 기출문제까지 EBS가 독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C업체는 “강사마다 문제 접근법이 다르다. 돈을 받지 않는데 무료 해설 강의까지 막는 건 학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불만을 나타냈다. 수험생 D 군은 “평소 평가원 홈페이지에 잘 가지 않는데, 굳이 그걸(문제지와 답안지) 거기에서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수험생 E 양도 “해설 강의는 무료라서 평소 여러 강사에게 들었다. EBS 강의만 들어야 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무료라고 하지만, 결국 사교육기관이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라고 봐야 한다.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며 “해설 강의를 하면서 강사가 문제를 읽는 방식에 대해서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수능#무료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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