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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스웨덴 복지전문가 최연혁 쇠데르퇴른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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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스웨덴 복지전문가 최연혁 쇠데르퇴른大 교수

동아일보입력 2012-09-24 03:00수정 2012-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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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복지는 없다, 스웨덴 복지의 환상을 깨라”
21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부 사회통합위원회가 주최한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자본주의와 복지국가 모델’ 토론회 참석차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복지 전문가 최연혁 교수. 체류 일정 중 잠시 짬을 내 기자와 만난 그는 “한국에는 스웨덴 복지의 겉면만 보고 스웨덴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이 얼마나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6세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상교육, 전 아동에게 아동수당, 모든 노인에게 양로서비스, 직장에서 해고되면 1년간 무노동 연봉 제공 및 재취업 교육, 회사 상황이 나아질 경우 재고용, 창업을 원하면 창업비 지원 및 컨설팅 제공, 출산 휴가는 부모 합산 480일에 봉급의 80% 지원, 18세까지 치과 치료 무료, 세계 최고 양성 평등 국가…. 복지 천국 스웨덴의 모습이다.

스웨덴을 한국 복지의 롤 모델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웨덴 복지정책 전문가이자 수도 스톡홀름 남쪽의 쇠데르퇴른대 최연혁 교수(정치학)는 “겉만 보고 환상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제일 큰 환상은 “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라고 한다.

“높은 복지 수준을 가능케 하는 것은 높은 세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나라 국민의 세금 부담률은 덴마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많게는 소득의 60%까지, 적게는 29%를 낸다. 여기에 기업을 경영하면 직원 1인당 임금의 31%를 무조건 국가에 낸다(피고용세). 유류세도 57%나 되고 특별소비세도 높다. 한국에서 복지천국 스웨덴을 배우자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복지를 위해 치르는 국민의 피와 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 교수는 “알다시피 세금이란 정부가 올리고 싶어도 국민 정서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1986년부터 복지 여론을 조사 연구해 온 스웨덴 우메오대 스발포르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국민 대부분은 향후 더 나은 복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더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어떻게 그런 정서가 가능할까. “그 나라 사람들은 태어나기를 착하게 태어난 건가(웃음)”라고 묻자 최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단시일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고(高)세금 고복지’ 정책이 완성되기까지 1930년대부터 무려 50여 년이 걸렸다. 스웨덴 복지정책을 연구하다 보면 복지는 진보 보수 이념 논쟁의 대상도 아니고 정당 간 협상의 대상도 아닌 ‘성숙한 정치’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스웨덴이 본래부터 잘살던 나라는 아니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농업국이었다. 1930년대까지 배고픔과 실직의 고통을 피해 총인구 450만 명의 3분의 1인 150만 명이 이민을 갈 정도로 버려진 나라였다. 이런 나라가 1970년대 초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으니 천지가 개벽한 셈이다. 배경은 뭘까.


“사회통합을 향한 국민의 집요한 노력이었다. 스웨덴도 산업화 초기에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1931년 총파업에는 군(軍)까지 동원돼 시위대에 발포를 하는 바람에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노동손실일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을 정도여서 사회 전체가 마비 상태에 이르자 정부가 무조건 파업 금지, 직장폐쇄 금지를 법으로 만들려고 했을 정도다. 그러다 국민이 함께 망하기보다 같이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좌우연정(1936∼39년)이 시작됐고 의회에서는 밤마다 끝장 토론이 이어졌다. 결국 파업 및 제3자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살트셰바덴 협약(1938년)이 이뤄지는데 이것은 나중에 ‘살트셰바덴’ 정신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상생 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1938년 협약으로 노사 갈등을 조정해 2차 대전 와중에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제성장의 발판을 다졌던 스웨덴은 195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위기에 부닥친다. 이번에는 노노(勞勞)갈등이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간에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부자 노동자와 가난한 노동자의 갈등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진 것.

“당시 우리나라 민노총격인 노동조합총연맹(LO) 수석경제연구원 두 사람이 ‘이대로 가면 사회갈등이 다시 극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들은 노동자 임금격차도 줄이지 못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며 대기업 노동자 임금은 인상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은 높이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의 질이 같으면 임금을 같게 하자는 파격적인 ‘연대 임금’ 제안을 한다. 스웨덴 사회는 다시 격랑에 휘말렸지만 결국 연구원들의 이름을 따 ‘렌-메이드네르’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1951년 노동자단체와 경영자단체 간에 대타협이 이뤄진다. 1938년 협약에 이은 스웨덴 사회의 두 번째 노사정 대타협이었다.”

‘렌-메이드네르’ 협약이 경제에 불어넣은 활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기업은 인건비를 줄여 생긴 여유 자금을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중소기업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대기업에 육박하는 임금을 주자 인력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몰리면서 체질이 강해진 것. 대기업들은 임금부담이 없으니 도산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재고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경제가 잘 돌다 보니 대기업에 돌아가는 과실이 아무래도 많아졌다. 결국 1970년대 후반 대기업들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다. 직원 1명당 임금의 31%에 해당하는 액수를 무조건 정부에 내는 피고용세 정책에 합의한 것이다. 이게 복지의 새로운 재원이 됐다.”

최 교수는 “돈을 번 기업이나 개인이 높은 세금에 동의하자 나머지 계층도 세 부담을 함께 지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회통합이 이뤄졌다. 여기엔 세금은 많이 내지만 다시 복지를 통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한국에서 복지는 정부가 전담할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다 보니 국민 사이에서는 일자리와 세금을 제공하는 기업이 잘 돌아가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이 나라에서는 성장이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성장과 복지는 같이 가는 것, 복지의 토대는 돈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신뢰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야말로 현재 탄탄한 스웨덴 경제의 바탕이다. 유럽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 나라는 위기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이 모두 인정한 트리플A(AAA) 국가다. 1.6%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내년엔 2.5%까지 예상되며 올해 화폐(크로나)가치가 달러·유로화 대비 20%나 올라 수출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34%에 불과할 정도로 나랏빚이 적다. 미국 유럽은 다들 긴축한다고 아우성인데 “재무구조가 건전하기 때문에 내년엔 인프라건설 교육 실업기금 환경정책에 돈을 더 쓰기 위해 적가재정을 편성한다”고 선언했을 정도.

최 교수에게 “스웨덴 복지의 그늘은 없는지” 물었다.

“물론 있다. 청소년 흡연과 음주 마약 문제도 심각하고 성(性)도 너무 자유롭다. 이혼율이 높아 청소년들의 내상(內傷)이 심하다. 16∼19세 청소년들의 제일 큰 소망이 ‘친엄마 친아빠와 저녁 먹는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지나친 복지가 오히려 가정 내 결속을 끊어 놓은 측면이 있다. 또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1970년대 고용안정법이 만들어지면서 구조조정을 할 경우 나이가 젊은 사람부터 해고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다 보니 법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학 무상교육도 노동시장이 좋지 않으면 대학만 호황을 누린다며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현행 복지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또 최대한 개인 맞춤형으로 바꿔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하는 미시조정에 대한 논란일 뿐이다.”

복지 원조격인 스웨덴 사례는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인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선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복지 문제는 내가 지금 얼마를 받을지, 또 돈을 어디에 퍼줄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장기 비전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담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최 교수는 “사회통합, 세계화(globalization), 통일”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로 도약할 잠재력이 엄청나다. 산업화냐 민주화냐 하는 과거사를 붙들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 스웨덴처럼 사회통합이 사회 발전에 얼마나 결정적 계기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통합의) 첫 단추는 대통령이 끼워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아군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설득밖에 없다. 안 만나 주면 찾아가 만나야 한다.”

세계화와 복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복지에 더 기름을 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다. 복지를 위해서는 기업이 잘되어야 한다. 지금 시대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안 된다. 외국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기업을 할 때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하다면 누가 오겠는가. 그런 점에서 스웨덴은 외국인과 외국 기업들이 선호하는 나라다. 우선 노동자들이 영어는 물론 외국어를 두세 가지씩 한다. 또 어릴 때부터 정부에서 해외 체류비까지 주며 국제 경험을 시키기 때문에 글로벌 에티켓을 갖춘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다. 국민의 다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력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게 현재 스웨덴 성장의 동력이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차기에는 통일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데 그것은 잠시다. 잠깐의 고통은 겪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복지예산을 짤 때 통일 비용을 감안해 적립하는 게 필요하다. 통일 초기 비용은 들겠지만 투자 이후 생산과 일자리가 본 궤도에 오르면 한국은 세계 5위(G5)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차기 대통령은 국내적 상상력에만 머물지 말고 통일을 준비할 동북아적 상상력, 글로벌적 상상력을 가졌으면 한다.”

:: 최연혁 교수는 ::

한국외국어대에서 스웨덴어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스웨덴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쇠데르퇴른대에 임용돼 스웨덴의 첫 한국인 교수가 됐다. 스웨덴 한국 학자들과 함께 ‘스톡홀름 포럼’을 결성해 양국의 복지정책을 비교 연구해 오고 있다. 최근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는 책을 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스웨덴#복지전문가#최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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