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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영식]한국신용등급 ‘그랜드슬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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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영식]한국신용등급 ‘그랜드슬램’ 의미

동아일보입력 2012-09-22 03:00수정 2012-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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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 S&P, 피치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한 해 모두 신용등급을 올리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국은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2011년 이후 A레벨 이상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많은 국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국가신용등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것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외환위기 발생국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나아졌음을 의미한다. 취약한 대외 건전성,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크게 해소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은행 외화유동성 비율, 은행 및 국가 단기외채 비중,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거의 모든 부문이 개선됐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인식도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체제 붕괴 및 대외 군사도발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이 바뀌었다. 북한 리스크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권력 승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핵실험 등 대외 도발도 억제되고 있다. 개혁개방을 시도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이 밖에도 한국 신용등급의 그랜드슬램 달성은 세계적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이 재정위기를 맞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재정수지 비율은 ―1.1%로 소폭 적자에 그쳤고, 국가부채 비율은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3%보다 매우 낮다.

신용등급의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으며, 그간 일본에 뒤처지기만 하다 일본을 앞질렀다(피치 기준). 다만 우리의 신용등급 상승폭보다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폭이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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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우리가 당면한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먼저 신용평가사가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하는 가계 부채 및 공기업 부채 문제다. 미국, 유럽, 일본은 가계 부채 조정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위기도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은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계속 늘어나고 있다. 큰 충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가계 부채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게 한국 경제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공기업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28개 대형 공기업 부채 비율(GDP 대비)은 2007년 16.2%에서 2011년 26.6%로 급등했다. 공기업 스스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국가 부채로 전이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기업 부채의 점진적 축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입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간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가 외부 충격이나 국내 불안요인이 발생하면 대거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 유로존과 미국의 양적완화까지 재개되면서 벌써부터 외국인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기존의 거시건전성 조치를 강화하거나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실물경제가 회복되도록 적절한 거시경제 운용을 추진하는 것 또한 절실하다.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은 대외채무 상환능력이 개선됐다는 것이지 실물경제의 호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3개 신용평가사 모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당초 3%대에서 2%대로 낮춰 잡았다. 거시경제 운용은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고 가계 부채 문제와 물가 불안을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신용평가사#국가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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