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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힐링 속으로]대구 파계사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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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힐링 속으로]대구 파계사 1박 2일

동아일보입력 2012-09-21 03:00수정 2012-09-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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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대구 파계사(把溪寺)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떠나며 페이스북에 이런 상념을 끄적거렸다. ‘뭘 버리고 와야 하나? 너무 많은데…. 하나라도 버리고 올 수 있다면.’

후후, 그랬더니 회사를 떠난 선배 한 분이 ‘그냥 아무 데나 버리지, 뭘 그렇게 멀리까지…’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괜히 템플스테이가 아니었다.

파계사는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末寺)이지만 창건된 지 1200년이 넘는 천년고찰. 조선 숙종 때 현응(玄應) 대사가 임금의 명을 받아 백일기도를 한 끝에 숙빈 최씨의 몸에서 영조가 태어났다는 ‘영조 원찰(願刹)’이기도 하다. 영조가 11세에 썼다는 ‘현응전’이라는 현판이 아직도 성전암에 걸려 있고, 1979년에는 영조의 어의(御衣)가 복장유물로 발견돼 ‘원찰 설화’가 단지 설화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파계사라는 이름이 아홉 갈래의 계곡물길을 잡는다는 뜻이라거나, 숙빈 최씨가 아홉 마리의 용꿈을 꿨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나, 영조가 9월에 태어났다는 것까지…. 파계사는 이야기가 가득한 절이었다.

무엇보다 숙종이 현응의 공을 기려 파계사 주위를 ‘봉산(封山·벌목금지령을 내린 산)’으로 지정한 탓인지 산중(山中)은 깊고 그윽했다. 41년 전 바로 이 파계사에서 삭발했다는 허운 주지 스님은 “사찰의 백미(白眉) 중 하나는 바로 공간과 여백이 주는 미학입니다. 그런 공간미학을 느끼며 사람들은 불필요한 소유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9시에 잠이 들자 거짓말처럼 오전 1시에 눈이 떠졌다. 예불 시간은 오전 4시 반. 밖으로 나오니 가느다란 빗줄기와 함께 짙은 안개. 조금 있으니 허운 스님이 ‘사색을 하게 만든다’고 말한 법당의 추녀 끝이 눈에 들어왔다. 수없는 업(業)이 떠오를 듯 말 듯하더니, 업 대신 그리운 얼굴이 떠올랐다. 올해 초, 마흔 여덟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린 매제의 얼굴. 슬픔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스님의 ‘비마(悲魔) 얘기’ 때문인지 감정이 북받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그리웠다.

파계사=김창혁 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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