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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속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해외로 혈액 보내 친자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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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속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해외로 혈액 보내 친자확인

동아일보입력 2012-09-18 03:00수정 2012-09-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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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친자확인 검사해주는 해외 업체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배 속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해외 업체에 태아 친자확인 검사를 의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불법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해준다는 해외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업체는 한국인 브로커를 두고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묻는 글에 댓글을 달거나 업체 블로그를 인터넷 검색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다. 17일 기자가 미국의 A 업체 소속 한국인 브로커에게 문의해 보니 “임신 8주가 지난 산모부터 혈액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는 99.9% 정확하다”며 “미국에서 보낸 혈액 채취 키트에 산모 혈액을 담고 남성의 머리카락과 함께 미국으로 보내주면 5일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는 “친자확인뿐 아니라 태아 성별을 알아보려는 부부까지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다수의 파트너와 혼전 성관계를 맺는 풍조 때문이다. 한 남성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내 아이인지 확신이 안 서서 검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임신해서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하려는데 잠깐 만났던 다른 남자가 마음에 걸린다”며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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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외업체들이 국내 일반 DNA 검사 비용 20만∼25만 원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200만 원 정도를 받지만 신뢰도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태아 친자확인이 급해 의뢰했다가 엉터리 결과를 받거나 돈만 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 업체가 광고하는 산모혈액 검사법은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A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검사 신뢰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실 사진 10여 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 없는 엉뚱한 장비 사진뿐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의 눈을 속이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고객이 한국 내 산부인과에서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해서 채취물을 보내주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에 따른 유산 위험성은 안내하지 않는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융모막검사는 임신 초기인 9∼12주에 이뤄지는 탓에 염증과 출혈로 유산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염색체 이상을 진단할 때만 한정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출산을 기다리지 않고 임신 중 친자 감별을 하는 것 자체가 ‘친자가 아니면 낙태하겠다’는 뜻이므로 산모에겐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태아 친자확인처럼 국내법상 불법인 검사를 위해 혈액 등을 해외로 반출하는 일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하다간 우후죽순 격으로 한국에서 금지된 검사를 대신해 주는 해외업체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의사나 업체가 직접 해외업체를 중개해 주면 몰라도 개인이 미국 업체에 문의해 혈액 등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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