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 스타일’, 어디까지 가나… 유튜브 1억 클릭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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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처음 겪는 경험이에요. 데뷔 11년 만에 처음 전성기를 맞는 것 같고요. 지금의 반응을 잘 다뤄 국위선양해 보고 싶은 마음과 욕심 내지 말자는 생각 두 감정이 교차합니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 1억 건 돌파를 앞둔 싸이는 4일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7월 15일 공개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 콘텐츠 중 처음으로 조회수 1억 건 돌파를 목전에 앞뒀다. 3일 밤 기준 9500만 건. 불과 50여일 만이다.

종전 한국 콘텐츠 중 최고 기록은 지난 2009년 6월 발표돼 3년여에 걸쳐 8400만 건(3일 현재)을 기록 중인 소녀시대의 '지(Gee)'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최단기간 누적 조회수 기록도 세우게 됐다.

싸이는 "가수 인생에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해 신기하고 이상하다"며 "내수용 가수여서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것도 사실 한국 팬들을 위한 것이었다. 지금 내게 벌어진 상황은 모두 덤이다"고 전했다.

▼온라인 인기, 오프라인 신드롬으로 확산 = '강남스타일'은 철저하게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자생적으로 확산됐다.

온라인 공개 후 국내에서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 등의 패러디 영상이 만들어졌고 이어 해외 네티즌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유튜브에 패러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싸이는 아이돌 그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이례적으로 호응을 얻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을 비롯해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조쉬 그로반, 케이티 페리 등의 팝스타들이 트위터와 블로그에 뮤직비디오를 링크하고 호평하면서 빠른 전파력을 갖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의 인기를 포착한 미국 CNN, 월스트리트저널, 시사주간지 타임 등의 해외 언론들은 앞 다퉈 신드롬을 소개했고 이를 접한 대중의 오프라인 반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싸이는 지난달 저스틴 비버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아 미국을 방문했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장 방문과 현지 케이블채널 VH1의 아침프로 '빅 모닝 버즈 라이브' 출연을 통해 그 인기를 몸소 확인했다.

소속사는 "다저스 구단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5회 끝나고 댄스 타임이 될 즈음 싸이가 구단 담당자에게 '정말 노래를 틀어도 되는 거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NBC 방송의 유명 토크쇼인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서 '말춤'을 추는 댄서에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온, 오프라인 반응이 뜨겁자 아이튠즈와 빌보드 등 해외 차트에서 '강남스타일' 음원의 인기는 가파른 순위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이튠즈에서 뮤직비디오 차트 1위와 '톱 100' 음원 차트(SONGS CHART) 31위에 올랐고 빌보드에서도 SNS에서 인기 있는 뮤지션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 '소셜 50' 차트 1위와 월드앨범 차트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싸이는 빌보드 진입에 대해 "난 비와 여러 아이돌 그룹 후배들이 국위선양을 하고 오면 고생 많았다고 술을 사주던 사람이었다"며 "사실 지금도 미국 거리를 다니면 날 알아보지 못하지만 선글라스를 쓰면 몇 천 명에 한명은 알아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싸이에게 음료, 가전, 의류 등 광고 모델 제의가 쏟아지는 등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100억 원을 돌파하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소속사는 "몇 개월 후 정산되겠지만 매출 규모를 수익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일례로 공연 매출도 30억 원으로 나왔지만 아낌없이 제작비를 쏟아 부었고 관객들에게 3만 장의 CD를 선물하는 등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뮤비의 온라인 파급력 확인…해외 진출 새 모델 = 싸이의 성공 사례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가수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아, 세븐 등의 가수들은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 머물며 영어곡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미국 팝시장은 넘기 힘든 장벽'이란 점만 확인했다.

또 K팝 그룹들은 전 세계 인터넷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보여줬지만, 온라인상의 인기를 현지 대중문화 저변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싸이는 잘 만든 뮤직비디오 한편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확산될 때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갖는지 확인시켜줬다.

실제 4일 유튜브 통계에 따르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지역별 조회 수는 미국이 1750만 건으로 1위, 한국이 1650만 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또 3위는 태국(770만 건), 4위는 말레이시아(600만 건), 5위는 캐나다(330만 건) 등 아시아, 유럽, 남미를 막론하게 전 세계에서 조회 수가 고르게 분포했다.

뮤즈어라이브의 이성규 대표는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해외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확보했고 트위터에 힙 입어 확산 속도가 빨라진 케이스"라며 "해외 유력 음악 산업 종사자에 발견되는 과정을 거치며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소속사 양현석 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은 많은 가수가 두드려도 안 열리던 시장이었다"며 "이제 해외 진출은 우리가 문을 두드려서 하는 게 아니라 노크 소리가 들리면 문을 열어주는 시대가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웃긴 애' 말고 제대로 공연 보여주고파" = 싸이는 "유튜브와 트위터에 내가 모르는 제3국의 언어로 된 댓글을 보면 신기하다"며 "최근 '싸이 오빠(psy_oppa)'라는 계정으로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해외 네티즌이 그렇게 불러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신드롬을 일으킨 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섹시와 코믹을 버무린 재치 있는 장면 외에도 '말 춤'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춤은 싸이가 공연 뒤풀이 때 상금을 내걸고 하는 스태프 장기자랑에서 한 댄서의 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싸이는 앞서 "댄서들이 목숨 걸고 장기자랑을 하는데 여기서 진짜배기 퍼포먼스를 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작곡가는 해외에서 곡이 팔릴 때 저작권료를 얻는데 댄서들의 춤에도 저작권 보호 장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싸이는 오는 5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현지에서 저스틴 비버의 기획사 측과 손잡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칠 예정이다.

싸이는 "해외에서 가수로 흥하고 망하는 건 둘째이고 내 콘서트를 한번 보여주고 싶다"며 "미국에서 요행수로 온 웃긴 애 말고 눈물과 웃음이 있는 공연을 선보여 치열하게 음악을 한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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