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블랙홀… 경선 현장투표 하나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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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강원지역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현장에서 투표한 대의원 258명 중 47명의 지지를 받았다. 132표를 얻은 손학규 후보는 물론이고 52표를 얻은 김두관 후보에게도 밀렸다. 하지만 사전에 진행된 모바일투표에서 문 후보는 5545표 중 2598표를 휩쓸었고 결국 45.9%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모바일투표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서 전통적인 강세지역, 후보별 연고지, 현장연설 등이 무의미한 경선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강원에서도 문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당내에서 “이제 경선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투표는 현장 합동연설회, 방송토론회 등 전통적인 경선운동이나 지역성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쏠림 현상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의 대의원 득표율은 14%(제주), 51%(울산), 18%(강원)로 들쭉날쭉했지만 모바일 득표율은 60%(제주), 52%(울산), 47%(강원)로 비교적 일정했다.

○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동원 선거’ 우려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를 ‘선거혁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모바일투표에 대해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치혁신”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형태의 동원 선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강한 것은 동원력이 강한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조직표가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순회경선이 처음으로 치러진 제주의 경우 이 지역 전체 유권자의 8%인 3만6000여 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모바일로 투표하겠다고 신청했다. 당 관계자는 “각 캠프에서 대규모로 동원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규모의 선거인단”이라며 “일부 후보 진영에서 다른 곳에 주소를 둔 사람들이 제주도 선거인단으로 가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가 전날 모바일투표의 부작용을 비판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모바일 보완했어야” 후회

비(非)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뒤늦게 “경선 룰을 정할 때 모바일투표의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땅을 치고 있다. 비문 후보들은 7월 당 지도부에 △결선투표제 도입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 간 반영 비율 조정 △국민배심원제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문 후보가 결선투표를 전격 수용하면서 나머지 요구는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보니 현재 민주당 경선은 투표 방식(현장 모바일)과 투표자의 신분(대의원 당원 일반국민)에 관계없이 1인 1표를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이 됐고 참여자가 많은 모바일투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순회경선에서 모바일투표는 94.9%의 비중으로 경선 결과를 결정지었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역별 경선 하루 전에 모바일투표를 완료하도록 돼 있어 현장연설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경선이 어디 있느냐”며 “결선투표제를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모바일투표를 보완하도록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 경선#모바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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