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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명 쓸 LH사옥, 서울시청 공사비 1.7배

동아일보

입력 2012-08-09 03:00:00 수정 2012-08-09 05:08:01

■ 지방이전 공공기관 호화사옥 신축 논란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47곳을 부산 대구 광주 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충남 등 10개 혁신도시 등으로 분산 이전하는 사업이다. 2014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 등 8개 기관은 부산, 한국가스공사 등 10곳은 대구, 한국전력 등 15곳은 광주·전남, 한국석유공사 등 9곳은 울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1곳은 강원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 신사옥 신축비 “장난 아니네”

이전하는 기관들이 새로 사옥을 지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수도권에 사옥이 없던 기관들도 혁신도시로 내려가는 김에 사옥을 지으려는 경우가 많다.

한국동서발전은 이제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었지만 울산혁신도시로 가면서 879억 원을 들여 신사옥을 짓기로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기관도 웬만하면 자기 사옥을 짓고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건물을 임차해 쓰겠다고 한 26개 기관은 대부분 자본금이 사실상 거의 없는 연구소나 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신사옥 건축비용은 만만찮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 이 회사는 직원 1400여 명이 사용할 신사옥 건설에 4137억 원의 건축비를 쓴다. ‘호화 청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기 성남시청의 공사비가 1540억 원이었고, 1만여 명이 사용할 서울시 신청사 공사비용도 235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가 130조 원에 육박해 공사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사옥이 건립되면 LH 직원 1명은 총면적 기준으로 평균 약 92.8m²(28.1평)를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준공한 국회 제2의원회관의 보좌진 1인당 사용면적 55.5m²(16.8평)보다 넓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사옥관리규정’을 통해 공무원 1인당 사무실 면적을 7∼17m² 범위로 제한하지만 LH 같은 공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1∼6월) 4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낸 한국전력도 전남 나주 신사옥을 지하 2층, 지상 31층의 14만9372m²(약 4만5229평) 규모로 짓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 본사 건물(총면적 9만7156m²·약 2만9418평)보다 2만1499m²(약 6509평) 넓다.

2014년 6월 완공되는 대구 동구 혁신도시의 한국가스공사 신사옥에는 지상 11층짜리 본관과 지상 13층짜리 숙소가 들어선다. 가스공사는 262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5개 레인을 갖춘 실내수영장과 야외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도 함께 짓는다.


○ 유리벽으로 에너지 절약?

기관마다 신사옥을 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보니 건물 외관 디자인에 특히 많은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신사옥 설계 공모를 내면서 정부과천청사 같은 성냥갑 디자인은 반드시 피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공기업 사옥도 건축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개성을 지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공공기관 특성상 멋만 추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각 혁신도시에 들어설 기관 신사옥마다 에너지효율 1등급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도 살리고 에너지효율도 잡기 위해 에너지 절감 기능을 갖춘 ‘로이(Low-E) 유리’ 등 고가의 기능성 건축 자재를 쓰는 기관이 많다. 자연스레 공사비 규모가 더 커지는 악순환의 구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건물 외관 자재 중 하나로 ‘컬러 로이 복층유리’를 선택했다. 유리업계 관계자는 “컬러 로이 복층유리는 일반 복층유리보다 열효율이 2배 정도 좋지만 가격도 2배 이상 비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효율을 추구한다면서 주요 자재로 유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이중으로 깔고 단면에 단열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빛과 열을 그대로 투과하는 유리의 특성상 일반 단열재보다는 열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은 깔끔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위해 유리벽을 선호하지만 공사비 규모가 배로 커진다”며 “단열이나 내구성 면에서는 유리보다는 콘크리트 건물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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