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디트리히 교수, 개항기 한국이 서양인에 끼친 영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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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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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내셔널 관점에서 한국사 연구

독일 출신의 클라우스 디트리히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한국 근대사를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의 시각에서 연구한다. 요즘에는 구한말 한국을 찾은 서양인들에 대해 연구 중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독일 출신의 클라우스 디트리히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한국 근대사를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의 시각에서 연구한다. 요즘에는 구한말 한국을 찾은 서양인들에 대해 연구 중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클라우스 디트리히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33)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18∼20세기 교육의 국제화’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대해 발표했다. 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학자 300여 명이 참석한 이 학술대회에서 그는 1896∼98년 독립신문 영문판에 나타난 한국의 교육상을 분석해 서구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독일 출신의 디트리히 교수는 지난해 9월 고려대 한국사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한국계가 아닌 외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한국사학과 교수이지만 한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점도 독특하다. 학부 시절 독일 라이프치히대에서 동유럽 및 프랑스 역사를 전공하다 폴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갔고, 프랑스로 건너가 뤼미에르 리옹 2대학에서 근대사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영국 포츠머스대에서 근대사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0년부터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박사후(後)과정을 밟았다.

이 나라 저 나라를 가로지르는 그의 삶과 비슷하게 그는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트랜스내셔널리즘은 역사 사회 문화 철학 문학 등을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만 바라보는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국가 간 상호관계의 시각을 갖는, 인문학의 새로운 흐름이다.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은 서양에서 1970년대에 민족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됐고, 국내 사학계에서는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를 비롯한 일부 역사학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만난 디트리히 교수는 “한국은 이미 1900년대 초 적십자와 만국우편연합 등 국제기구의 회원이었다”며 “한국은 일찍부터 세계화를 경험한 만큼 한국의 근대사를 트랜스내셔널의 시각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랜스내셔널리즘의 측면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디트리히 교수는 1870∼1910년 한국 근대사 연구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이 기간에 외교관과 사업가, 선교사 등으로 한국을 찾은 서양인들에 대해 연구 중이다. 대한제국의 외교 고문이던 독일인 묄렌도르프, 미국 선교사로 와서 연희전문학교(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을 남긴 영국의 여성 여행가 이저벨라 버드 비숍 등 익히 알려진 인물은 물론이고 평범한 외국인들에게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선행연구가 많은데, 저는 한국이 이 외국인들에게 끼친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위해 그는 독립신문과 대한매일신보의 영문판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 출판물을 뒤지고 있다. “독립신문 영문판은 외국인과 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기사가 많아 매우 유용한 자료입니다.”

디트리히 교수는 19세기 후반 만국박람회에 나타난 교육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2008년 3개월간 일본 도쿄에 머물다 동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도쿄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한국사에도 흥미를 느껴 한양대에서 박사후과정을 시작했고 19세기 말 한국의 교육에 대해 연구했다. 디트리히 교수는 “연구 배경을 살려 장기적으로 유럽사와 동아시아사를 꿰뚫는 시각으로 역사를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문화#역사#한국 근대사#트랜스내셔널#클라우스 디트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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