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성규]‘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몽골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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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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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단국대 몽골연구소장
이성규 단국대 몽골연구소장
아시아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9일 몽골을 방문했다. 클린턴 장관은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서방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몽골”이라고 칭송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몽골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몽골 민주화를 이끈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이 됨으로써 민주화에 성큼 발을 내디뎠다.

현 엘베그도르지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곧 있을 울란바토르 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몽골은 1990년 민주화 이래 비로소 완전하게 민주당 손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된다. 몽골의 민주당은 몽골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고 개혁개방노선을 내세우고 있으며 몽골의 심각한 정치부패를 일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변화가 주목된다.

1990년 몽골은 70년간의 공산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국민들의 민주화 열정은 1996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실현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만에 빠져 내부 분열을 일삼다가 4년 뒤 2000년에 과거 공산당인 몽골인민혁명당에 권력을 내주고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지리멸렬하다 2004년 선거에서 다시 당세를 확장하여 몽골인민혁명당과 공동정부를 수립했다. 그리하여 2008년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여전히 권력의 축은 몽골인민혁명당이었다. 하지만 2009년 대통령 선거에서 엘베그도르지 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명실상부한 집권당이 된 것이다.

몽골은 칭기즈칸이 세운 국가이고 칭기즈칸은 몽골에서 신(神)과 같은 존재다.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기록한 ‘몽골비사’를 보면 13세기에 어떻게 이런 인물이 몽골에서 태어났는지 신기할 정도로 비범했다. 하지만 세계를 제패한 몽골이 단순히 칭기즈칸 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온 몽골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몽골비사’를 살펴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관습은 몽골 고유의 오랜 특징이다. 아무리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초원의 평범한 목동과 똑같이 말을 타고, 똑같은 밥을 먹으며, 똑같은 게르(몽골 전통가옥)에서 잠을 잔다. 또 아무리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최고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몽골인들은 이처럼 오래 전부터 일상생활 모든 것에서 민주화가 되어 있었으며 이제 다시 그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토에 매장된 지하자원으로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26만 km²의 넓은 영토에는 현대 산업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석유, 석탄, 구리, 우라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특히 남부 고비사막 일대에서 발견된 오유 톨고이와 타왕 톨고이 광산의 광물자원은 전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규모 광산이다. 몽골 정부의 통계와 장기 비전을 보면 이 광산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조만간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향후 몇십 년 안에 한국도 추월하리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와 관료화, 심각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수입에 의존하는 시장경제 등등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어쨌든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라고 좋아하던 몽골, 그리고 한국에 와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몽골인들이 이제 세계 속에 발을 내딛고 있다. 우리에게 없는 많은 자원과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 몽골은 인종, 문화, 언어, 역사, 민속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우리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고조선과 흉노, 고구려와 선비, 발해와 실위, 고려와 몽골로 이어지는 양국 간의 오랜 유대관계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제 안정된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몽골과 한국이 더욱 관계를 공고히 하여 21세기 동북아의 새로운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이성규 단국대 몽골연구소장
#기고#이성규#몽골#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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