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정몽준 경선 불참… 비박, 70여일만에 지리멸렬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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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랐다… 정치기반 차이로 모래알 연대
없었다… 누구도 확실한 지지층 못가져
강했다… 朴지지도 견고… 빈틈 안보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가 9일 나란히 대선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로써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맞선 비박(비박근혜) 전선은 두 달여 만에 사실상 붕괴했다. 이제 남은 관심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선택이다. 김 지사는 당내 경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12일 경선 참여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이 의원은 9일 기자들을 만나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은 시대의 흐름이자 정치개혁의 핵심이고 정권 재창출의 필수요건”이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통한 심정으로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현재 모습이 과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차기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도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국민에게 정직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새누리당을 만들기 위해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누리당과 보수가 재집권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당을 죽이고 보수를 죽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2002년에 이어 10년 만에 대선에 재도전한 정 전 대표는 출마 선언 71일 만에, 이 의원은 60일 만에 중도하차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요구에서 경선 불참까지 한길을 걸은 두 사람은 향후 행보를 놓고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은 정 전 대표는 당의 후보를 돕겠느냐는 물음에 “당원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당내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 의원은 탈당에 대해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일축했지만 ‘박 전 위원장을 돕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의원은 “앞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모든 정치력을 모으겠다”며 “여기에 부합한 정치 공약을 내거는 것이 내 지지의 주요 변수”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개헌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여전히 장고 중이다. 그의 측근은 “지사의 성격상 결정을 하면 곧바로 발표한다”며 “10일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을 지켜본 뒤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 측에서는 경선에 참여해 김 지사의 이름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미 있는 2등’을 하지 못할 바에는 박 전 위원장의 들러리를 서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경선에 참여한다면 박 전 위원장과 날카롭게 대립해야 하는데, 자칫 ‘네거티브 선거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김 지사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비박 주자들의 ‘결별’은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기에는 정치적 기반이 너무 달랐다. 누구도 확실한 지지층이 없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여기에 박 전 위원장은 예상보다 강경했다. 당 지도부 사이에서 경선 룰 협상과 관련해 중재안이 나오면 곧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도가 워낙 견고해 비박 주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점이 이들의 동반추락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새누리 경선#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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