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롤러코스터 정치 인생…이번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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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말과 행동은 항상 거침이 없었다. 그는 올해 1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전 의원을 겨냥해 “한때 누구의 양아들이라 불리던 ‘고시남’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최종 정리할 줄 몰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고 전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두언) 선배님의 후원회장이 SD였다. 어이없다”고 반격하자, 정 의원은 즉각 “별 거지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설전에 등장하는 ‘누구’와 ‘SD’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SD 얘기만 나오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은 상극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구속 위기에 처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지세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MB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기획본부장으로, 대선 본선에서는 총괄기획팀장으로 MB캠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인수위 시절 SD 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정 의원은 즉각 18대 총선을 앞두고 SD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파동을 주도했다. MB와의 관계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일각에선 ‘권력투쟁에서 밀린 정 의원이 마치 희생양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은 SD와 SD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국정 농단 세력’으로 규정하고 끊임없이 비판하며 지난 4년간 MB정부의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근무할 때 사찰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그렇게 권력의 곁불조차 쬐지 못한 정 의원이 ‘상왕정치’를 해온 SD와 함께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다.

정 의원이 당내 쇄신파의 핵심이란 점에서 새누리당의 ‘손실’도 크다. 누구를 향해서든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 내온 정 의원이 빠진다면 쇄신파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당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데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비대위에는 쇄신파 의원들이 참여해 친박(친박근혜)계와 쇄신파 간 ‘동거정부’를 구성했다.

정 의원은 4·11총선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뒤 새로운 당권파가 되나 싶더니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두고 당헌·당규를 고수한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하며 다시 비주류의 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김태호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함께 ‘4인 회동’을 주도하며 올해 대선에서 또 한 번 역할을 하겠다고 별렀다.

‘쇄신파의 좌장’으로 ‘포스트 박근혜’의 한 축이 되고자 했던 정 의원에게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정치적 롤러코스터를 타온 그가 또 한 번 재기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두언#정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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