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파라오’ 무바라크의 최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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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혼수상태 계속… 보안관리 “인공호흡기는 떼”
타흐리르 광장에 5만명 운집… 비이슬람도 反군부시위 동참

“무바라크는 불멸의 1인자라는 환각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던 걸까.”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로 불렸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4)이 이틀째 혼수상태에 빠졌다. ‘임상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 당선자 공식 발표 직전 귀를 닫아버린 것이다. 이집트 국영 연구소인 알 아람 센터의 디아 라슈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마도 자신의 후임자 이름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셰익스피어 비극의 한 장면 같은 마지막”이라고 논평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0일(현지 시간) 무바라크가 전날 오후 심장마비와 뇌중풍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 보안 관리는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이지만 인공호흡기는 뗐으며 심장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여러 기관도 기능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집트 관영 메나 통신은 “무바라크의 심장이 19일 멈췄으며 심장충격기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카이로 남부 토라 형무소 내 병원에서 마디 군사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아랍의 봄 시위로 30년 철권통치에서 쫓겨난 무바라크는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 및 부정 축재 혐의로 2일 법정 최고형인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집트 시민 5만여 명은 19일 지난해 민주화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에 16개월 만에 다시 모였다. 이날 반군부 시위는 제1당인 자유정의당을 이끄는 무슬림형제단(형제단)이 주도했고 지난해 혁명을 주도한 자유주의 세력 단체를 비롯한 비이슬람 세력들도 동참했다. 형제단은 “이집트인들은 주권을 회복하고 군부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며 혁명을 재점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는 카이로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에 시위대는 “무바라크가 감옥을 나와 민간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첫 민선 대통령을 뽑는 대선 개표 결과가 21일 공식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무바라크 정권 출신으로 군부의 지지를 받는 아흐메드 샤피끄 후보 진영은 자체 조사 결과 샤피끄 후보가 51.5%를 득표해 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를 이겼다고 발표했다. 반면 무르시 후보 측과 세계 언론들은 무르시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무바라크#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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