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9>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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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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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기 높을때 판 키워야” vs “10구단 망하면 전체 판 휘청”

《 요즘 한국 프로야구가 뜨겁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크게 늘었다. 6일에는 역대 최소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라운드 이면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도 뜨겁다. 바로 ‘제10구단 창단’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제9구단 NC가 창단해 내년부터 9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르게 된 가운데 10구단 창단 여부를 놓고 기존 8개 구단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왔다. 12일 이사회는 표결을 통해 10구단 창단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한다. 당초 반대하던 한 구단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탈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찬성 측은 물론이고 반대 측의 논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10구단은 필수조건일까 아니면 시기상조일까. 》
■ SK KIA LG 넥센 “이래서 찬성한다”

“10구단 창단을 유예하고 9구단에서 멈추자는 건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자고, 고지가 저기라고 같이 나왔는데 베이스캠프에서 주저앉은 꼴이다. 위험할 순 있지만 다 같이 목표로 했던 것 아닌가. 그러면 가야 한다.”

10구단 창단에 찬성하는 4개 구단 사이에도 적지 않은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장석 넥센 사장의 말처럼 지난해 제9구단 NC의 출범은 10구단 창단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 “10구단 출범은 순리다”

지난해 NC가 경남 창원을 연고로 창단하려 할 때 반대표를 던진 구단은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가 유일했다. 하지만 10구단 얘기가 나오자 각종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구단이 늘었다. “만약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를 하려 했다면 9구단 출범 때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신영철 SK 사장은 “지난해 제9구단 창단을 결정할 때 현재 우리 야구 시장 규모라면 8개 구단으로 족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독점해 왔던 한국 프로야구 판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전체 파이를 키워 10구단까지 가자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반대 구단들의 논리도 공감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장서서 프로야구 판을 견인해 갈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을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야구는 활황이다. 9개에서 10개 구단으로 가는 건 순리다. 10개 팀이 되면 단기적으로 경기 수준 등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 수가 늘고 더 많은 선수가 유니폼을 입으면 전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홀수 구단 체제로 가면 공멸할 수도 있다”

홀수 구단 체제인 9구단 체제로 갈 경우 리그 운영이 파행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도 있다. 당장 NC가 1군에 참여하는 내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든다. 또 최대 4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는 팀도 생긴다.

이삼웅 KIA 사장은 “짝수 구단 체제로 가지 않으면 모처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가 공멸의 길을 밟을 수도 있다. ‘짝수 구단으로 가야 한다’는 큰 틀에서 10구단 창단에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수의 축소는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야구는 기록경기인데 경기가 줄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없다. 이는 선수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 수를 늘려야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 나아가 국제 경쟁력까지 좋아진다”고 했다.

전진우 LG 사장은 “야구는 이미 스포츠를 넘어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0구단 창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야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10구단 창단은 야구 판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 “막무가내식 창단은 지양해야 한다”

이 4개 구단은 원론적으로 10구단 창단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무조건 10구단이 생겨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신 사장은 “야구인들 가운데는 ‘10구단 반대론자=야구의 적’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야구는 많은 돈이 드는 비즈니스다.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10구단이 제대로 창단하려면 각 구단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구체적 대안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입으로만 10구단을 부르짖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삼웅 사장도 “10구단 창단을 현행 프로야구계의 다양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교 야구 활성화나 지역 연고제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롯데 두산 한화 삼성 “이래서 반대한다”

“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프로야구가 망가지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반대의 중심에 선 장병수 롯데 사장의 주장은 한결같다. 야구팬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장 사장은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처럼 흔들림이 없다. 그가 독불장군처럼 비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10구단 반대’ 논리를 펴는 이유는 뭘까.

○ “중견기업, 프로야구단 운영 감당 못 한다”

장 사장의 ‘10구단 시기상조론’은 결국 ‘돈’ 문제다.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팬층이 두껍다는 롯데도 지난해 모기업에서 120억 원을 지원받았다. 매년 250억 원 이상 지원받는 구단도 있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신생 구단이 꼴찌에서 벗어나려면 5년의 시간과 1000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 신생 구단을 맡는 기업은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거기에 1군 무대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다 보면 팬들도 떠난다. 이러다 10구단이 망할 경우 프로야구 전체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인구 대비 프로야구 구단 수가 많다는 것도 10구단 반대론의 단골 메뉴다. 인구가 약 3억 명인 미국은 프로야구 구단이 30개, 약 1억2000만 명인 일본은 12개다. 인구 1000만 명당 1개 구단꼴이다. 하지만 인구 약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은 이미 9개 구단 체제다. 팬 확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 “야구 저변 확대부터 준비하라”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은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고교야구의 저변은 나날이 악화되는데 프로야구단 수만 늘리면 수준이 떨어질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정승진 한화 사장은 ‘프로 구단 수가 늘면 중고교 야구팀 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프로야구 구단의 3군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선수 수급 구조를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고교야구 수준은 갈수록 떨어져 프로 구단에서의 재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로 3군 육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3군이 활성화되면 코치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장 사장은 기존의 8개 구단이 이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롯데는 2007년 경남 김해에 상동 2군 전용 야구장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했지만 쓸 만한 선수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70명 정도의 2, 3군 선수를 육성하고 있지만 매년 1군에서 뛸 만한 선수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10구단이 제대로 선수 수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승영 사장 역시 지역 연고 부활 등 고교야구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10구단 창단과 지역 연고 부활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10구단 창단의 전제 조건은 결국 선수 수급이기 때문이다. 현행 전면 드래프트제는 사실상 지역 내 유망주를 방치하게 만든다. 사명감을 갖고 유망주들을 키우기 어렵다. 유망주의 해외 유출도 막을 길이 없다.”

○ “10구단 하더라도 결국 한두 구단은 망한다”

10구단 반대론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이어야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건 편향된 시각이다”라거나 “제9구단 NC의 1군 진입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승인해 놓고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라는 견해가 나온다.

그런데도 장 사장의 ‘10구단 필패론(必敗論)’은 굳건하다. “짝수 구단 체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10구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허약한 논리다. 현재 팀 수가 홀수냐 짝수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10구단을 창단한다 해도 (어차피 몇 해 뒤 어떤 구단이 망하면) 8구단 또는 9구단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구단 때문에 프로야구가 다시 퇴보하길 바라는가.”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프로야구#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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