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급증하는 갑상샘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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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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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보편화돼 발견 쉬워… 여성암 대명사지만 완치율 높아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갑상샘에 생긴 혹의 크기를 재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갑상샘에 생긴 혹의 크기를 재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갑상샘암(갑상선암) 환자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갑상샘암 환자는 4만6549명으로 위암을 제쳤다. 전년보다는 90%나 증가했다. 왜 갑상샘암이 느는 걸까. 갑상샘암은 정말 안전한 암인가. 중앙대병원 조보연 갑상선센터장, 서울대병원 박영주 내분비내과 교수와 함께 갑상샘암에 대해 2회에 걸쳐 자세히 살펴본다.

▽이진한 기자=갑상샘암이 왜 급증하나요.

▽조=의사들도 궁금합니다. 사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가 유독 증가 폭이 큽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초음파를 이용한 검진이 보급돼 갑상샘 혹 발견이 매우 쉬워졌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의사가 손으로 만져 암을 발견했지만 지금은 초음파 검사로 1cm 이하 암세포를 발견합니다.

▽박=갑상샘암은 과거 5위 정도였는데 초음파가 보편화된 2000년 이후부터 증가율이 올라가 2005년도 여성암 1위를 차지한 뒤 줄곧 상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보연 교수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
조보연 교수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
▽조=문제는 이젠 평행선을 그릴 때도 됐는데 10년간 계속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초음파검사 외에 또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징이 있다면 외국엔 갑상샘암 가족력이 5%인데 우리나라는 9.5%로 배 가까이 높습니다.

▽이=갑상샘암은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잘 발생하는 것 아닌가요.

▽조=맞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노출이 큰 원인이죠. 1950년경 원자력 실험을 한 미국 마셜군도 주변에서 환자가 급증했고 1970년 시카고 지역에서 행한 역학조사에서도 어릴 때 방사선을 목 부위에 많이 쪼인 환자 중에서 갑상샘암 환자가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에는 방사선에 노출됐던 6세 이하 아이들에게서 사고 뒤 4∼8년 사이 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10∼20년 더 지켜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이=사실 초음파로 갑상샘 혹이 나오면, 그 크기가 1cm 미만일 때 조직검사를 받아야 할지가 제일 고민입니다.

▽조=유럽에선 혹이 1cm 미만이라도 무조건 조직검사를 합니다. 우린 5mm 이하인 경우엔 조직검사를 하지 말고 지켜보자는 가이드라인을 2010년에 만들었습니다. 5mm 이하면 △초음파상 암처럼 보여도 부정확하고 △조직검사를 했을 때 성공률이 많이 떨어지며 △암이라 해도 거의 주변으로 침범이 없어 미리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박영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박영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박=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3∼4mm 정도만 발견되더라도 밤새 걱정을 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검사를 받습니다. 이때 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이전에 일부러 검사를 하지 않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소송에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 가족이 찾아오더라도 그냥 지켜보자고 말할 것 같습니다.

▽이=대장암은 50세 이상 5년마다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거나, 위암은 40세 이상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등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왜 갑상샘암은 이러한 검사 권고안이 없나요. 이 때문에 병원에선 과잉으로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권고안을 만드는 이유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결국은 보건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상샘암은 우연히 발견되더라도 그 시점에서 거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굳이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이=그래서 일반인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발견돼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면 최대한 검사를 안 하는 것도 좋을 듯한데요. 개인 경험상 환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권고안을 말씀해주세요.

▽조=40년 경력의 의사로서 꼭 받아야 될 환자에게는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족력이 두 배 많기 때문에 △가족 중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거나 △본인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이 있거나 △가족 중에 암이 아니더라도 갑상샘 질환이 있으면 암의 발생 확률이 올라가므로 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릴 때 림프종 백혈병 등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3명 중 1명이 갑상샘암에 걸리므로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에게 일부러 돈을 내고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박=다만 가족력이 없고 건강하더라도 건강검진이나 진찰 과정에서 갑상샘이 커져 있다고 판단될 때는 초음파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앞으로는 갑상샘암 위험 그룹은 누구인지 통계학적으로 조사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나서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박=맞습니다. 갑상샘암 때문에 재발해서 치료 받을 때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사망하는 환자가 간혹 있습니다. 생존율이 높은 암이라고 알려지다 보니 갑상샘암에 대한 병리학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습니다. 정부가 투자를 해줘야 합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인데도 1980년 이후 새로 개발돼 사용하는 치료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이=갑상샘암 증가율이 내년에는 평행선을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다음 회엔 수술, 고주파 치료의 허와 실, 최근 연구되는 치료법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갑상샘암#갑상선암#방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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