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양심자유 옥죄는 사상검증 말라”… TV토론 나온 이상규, 北관련 동문서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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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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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회에 출연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을)가 시민논객의 종북(從北) 관련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과 3대 세습, 주체사상 등에 침묵해온 통진당 당권파의 이념 편향 문제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22일 밤부터 23일 새벽까지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은 ‘통합진보당, 어디로 Ⅱ’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당권파에선 이 당선자와 이의엽 전 공동정책위의장이, 반대편에선 옛 민주노동당 출신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종철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부대표가 패널로 나왔다.

시민논객 홍지영 씨
시민논객 홍지영 씨
토론에서 시민논객 홍지영 씨는 이 당선자에게 “통합진보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며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당선자는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가본 느낌은 회색빛이었다. 콘크리트에 색칠을 안 해서 회색빛이었는데 이런 광경이 충격적이었다. 술은 괜찮아도 병뚜껑 기술이 정교하지 못해 옆으로 기울이면 샌다.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뜬금없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어 “동포애적 관점, 통일의 상대방으로서 협력하고 교류하는 동시에 비판할 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8년 11월 민노당 방북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홍 씨는 답답한 듯한 표정으로 “말 돌리고 계신데 정확한 입장을 말해 달라. (이러한 질문은) 유권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질타했다. 진 교수도 “국회의원이라면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유권자 앞에서 양심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 그것을 지키고 싶으면 공직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당선자는 “이런 질문 자체가 사상 검증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적 관계로 끌고 갈 것인지, 악화된 상황으로 갈 것인지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며 북한 인권과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는 1992년 남한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에 참여해 ‘수도남부지역사업부’를 이끈 바 있다.

온라인에선 “이상규의 동문서답은 통진당 당권파의 비겁한 정체성이다” “종북세력들이 국회에 들어가 어떤 짓을 할지 두렵다” “내가 저런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니…” 등의 비판글이 쇄도했다. 송곳 질문을 던진 시민논객 홍 씨는 ‘돌직구녀(女)’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토론에서는 통진당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벌어진 새로운 부정 의혹도 제기됐다. 김종철 부대표는 “이상규 당선자의 측근인 한 당권파 후보가 (서울 성북을)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서울시장후보단일화 기획위원’이라는 (허위) 경력을 기재해 진보신당 탈당파 후보에게 역전했다”고 폭로했다. 2010년 민주노동당 당직자였던 해당 후보가 ‘민노당 이상규후보단일화 기획위원’이란 프로필 대신 민주당 경력을 허위로 사용했다는 것. 이 당선자는 이 부분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김 부대표는 당내 경선을 관리하는 당 선관위의 중립성 상실도 문제 삼았다. 그는 “경기 구리 경선에 남양주 당원 17명이 포함돼 있어 비당권파 후보가 이의를 제기했다”며 “하지만 당권파가 장악한 경기도당 선관위에선 ‘이의제기 기한이 지났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이의엽 전 의장은 당내 경선에 참여한 여성 당원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호가 ‘1’인 것에 대해 “서울 성북의 리정희 당원이 조선족인데, 남편의 이름으로 당에 가입해 선거를 치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리투표를 시인한 셈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상규#통합진보#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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