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미국은 주변과 공조하며 수십년 더 최강국 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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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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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미래/조지프 나이 지음·윤영호 옮김/400쪽·2만 원·세종서적

‘스마트파워’ 이론을 주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75·사진)가 신간을 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출간된 영문판 표지에는 지구만 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한국판 표지에는 지구가 성조기에 뒤덮여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미국 권력의 근원과 궤적에 대한 그의 연구의 결정판이다.

학자이면서 미국 국방부 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등을 지내며 이론과 실무를 쌓은 그는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석학 중 하나로 알려졌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하드파워’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설득과 원조, 협력 등을 내세운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주창하기도 했다. 수년 전부터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조합한 ‘스마트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파워는 다양한 상황에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조합해 효과적인 전략을 도출하는 능력을 뜻하며,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의 바탕이 됐다.

오늘날 세계 권력의 향방을 놓고 벌이는 게임은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다. 저자는 세계의 권력을 3차원 체스 게임에 비유한다. 체스판 상단에는 최대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이 있고, 중단에는 경제력이 강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이 주요 세력으로 자리한다. 하단에는 투자가, 테러범, 해커 등 다양한 비국가적 행위자와 전염병, 기후변화 등 초국가적 비상사태들이 포진해 있다.

저자는 “3차원 체스판에서 오직 한 체스판에만 집중하는 선수는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통상적으로 가장 강한 군사력을 지닌 국가가 늘 패권을 차지해왔지만, 정보화 시대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콘텐츠를 지닌 국가(혹은 비국가적 행위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추세를 활용하는 능력인 ‘상황지능’이 권력 자원을 성공적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이끄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독보적 권력이 쇠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는 “미국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권력이란 ‘군림’이 아닌 ‘공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위기나 기후변화 등 미국 혼자서, 혹은 소수의 강대국들끼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권력은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거두는 ‘정합적 게임(positive-sum game)’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정치에서 아시아의 권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올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경제적 성취 및 민주적 정치체제라는 소프트파워와 상당한 수준의 군사력이라는 하드파워를 갖추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 향기#인문 사회#권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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