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올랑드 시대]트리르바일레 씨 佛 첫 동거녀 퍼스트레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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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 안주인 트리르바일레 씨
현직기자 워킹맘도 최초 기록

앞으로 5년간 프랑스를 이끌어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58)는 선거 운동 기간에 ‘별나지 않은 보통 사람’임을 강조했다. 반면 엘리제궁 안주인이 될 동거녀 발레리 트리르바일레 씨(47)는 다른 대통령 부인들과 많이 다른 ‘별난’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 같다.

올랑드 당선자는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선후보와 30년 가까이 동거하며 4명의 자식을 뒀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 미혼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트리르바일레 씨 역시 동거녀이지 법적으로 부인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 최초로 동거녀 신분의 대통령 부인이 된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이 된 뒤에도 자신의 직업인 기자직을 계속 유지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밝혀 프랑스 최초의 ‘워킹 맘’ 대통령 부인이라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국민 통합을 꿈꾸는 보통 대통령

올랑드 당선자의 성장 과정은 비교적 유복했다. 1954년 루앙에서 이비인후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강경한 우파 성향이었던 부친과 갈등이 많았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했다. 그의 좌파 성향은 부친에 대한 반감과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모친의 영향이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모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대학 시절인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알게 된 미테랑의 선임 고문 자크 아탈리 박사의 추천으로 사회당에 입당(1979년)한 후 1988년 코레즈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 입문했다. 1997년 리오넬 조스팽에 이어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조스팽 총리가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후보에게 밀려 탈락하고 정계를 은퇴하자 당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주변에 사람을 모을 줄 모르고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듣던 그가 사회당 대선후보가 된 데에는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린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낙마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여자, 돈, 거짓말’에 연루된 스캔들이 없고 중도파 표까지 흡수할 수 있는 성향의 인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그의 ‘보통 사람’ 이미지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독선적인 캐릭터와 비교돼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었다.

그럼에도 풍자가들로부터 ‘우유부단한 뚱보’라는 조롱까지 들었던 올랑드 당선자는 후보가 된 뒤 좋아하는 햄버거와 치즈, 초콜릿을 끊다시피 하며 15kg을 감량해 날씬한 체형으로 변신했고 고급 슈트와 날카로운 안경을 착용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전통 좌파층을 설득하기 위해 연소득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총소득의 최고 75%를 과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큰 논란을 부른 이 공약은 좌절한 서민들의 감성을 건드리며 정체 상태의 지지율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 워킹맘을 꿈꾸는 별난 대통령 부인


트리르바일레 씨는 1965년 앙제에서 장애인인 부친과 스케이트장 표 접수원으로 일한 모친 사이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파리1대학 팡테옹-소르본대에서 역사(학부)와 정치학 DESS(고등전문가과정)를 전공한 뒤 졸업 후 정치전문지 ‘프로페시옹 폴리티크(PP)’와 주간 파리마치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5년부터 케이블 방송 ‘디렉트 8’에서 정치 쇼를 진행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올랑드 당선자가 트리르바일레 씨를 처음 만난 건 1988년. PP지에서 일하던 그해 막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올랑드와 기자와 정치인으로 조우했다. 그러다가 디렉트 8 방송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고 2006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올랑드 당선자는 4명의 아이를 둔 상태에서 같은 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 씨와 별거 상태였고 트리르바일레 씨는 두 번 이혼 경력에 3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였다.

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라며 “3명의 자식이 있지만 국가의 돈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다니엘 미테랑, 카를라 브루니처럼 대통령 부인이 인도적 재단을 설립해 활동한 적은 간혹 있지만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적은 없다. 프랑스 언론은 트리르바일레 씨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경제적 수입을 위한 직업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전과 경호 등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 프랑수아 올랑드 당선자 약력

△1954년 루앙 출생 △1979년 사회당 입당 △1980년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1981년 코레즈 3지역구 총선 출마, 시라크에게 패배 △1988년 코레즈 1지역구 총선 당선 의회 진출 △1997년 사회당 대표(∼2008년), 코레즈에서 재선 △2001년 튈 시장에 당선 △2002년 코레즈에서 3선, 4선(2007년) △2006년 세골렌 루아얄과 결별. 방송기자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동거 △2011년 사회당 대선 후보 선출 △2012년 5월 대통령 당선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올랑드#영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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