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다이어트의 ‘불편한 진실’]지방세포 수는 줄지 않는다, 다만 쪼그라들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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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현상은 왜 피하기 어렵나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20, 30대 여성 직장인 10명 중 9명 이상이 스스로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한국의 여성들은 지금도 너무나 날씬하고 예쁜데 어쩌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초미의 관심사항이 됐는지 안타깝다. 그나마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는데도 말이다.

의료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비만은 이상적인 질병이다. 평생 시달리면서도 금방 죽지는 않으니 환자가 줄어들 염려가 없다. 게다가 환자들의 치료 욕구가 무척이나 크다. 시장규모가 날로 커가는 사업 아이템인 셈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살은 빼는 것은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까.

○ 다이어트는 쓸모가 없다?

영국 웨일스의 15세 소녀 조지아 데이비스는 2008년 8월 당시 키 167cm에 몸무게가 210kg에 달했다. 약 127kg을 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고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비만학교에 들어갔다. 매월 640만 원의 비용을 들여 9개월간 죽을 고생을 한 끝에 그는 약 114kg 감량이라는 믿기지 않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쇼 프로그램에서 “45kg을 더 빼겠다”고도 했다. 이후가 궁금하지 않은가. 지난해 2월 영국의 더 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8세가 된 데이비스는 본래의 몸무게를 뛰어넘는 약 254kg이 돼 있었다. 부친의 사망, 학교에서의 놀림 등을 견디지 못한 그는 “슬퍼서 더 먹었다”고 했다. 살인적 다이어트를 감내했던 10대 소녀는 결국 ‘요요현상’으로 몸무게가 더 늘어났다.

한 소녀만의 사례가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그렇다. 1999년 핀란드에서 4193명의 남자와 3536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5년 동안 주기적인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체중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비만 인구는 1960년대에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에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양성분 표시제’를 실시하고 야채샐러드 등 균형 잡히고 칼로리를 낮춘 식단을 추천했으며, 대규모 다이어트 집단 실험을 실시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후 30년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충분히 효과가 나올 만한 시기다. 비만율의 증가가 멈추거나 감소했을까. 결코 아니다. 80년대 당시에만 주춤했던 비만율은 정부의 대대적인 다이어트 정책 이후 오히려 더 높아졌다. 현재는 30년 전의 2배로 늘었고, 증가 추세는 언제 멈출지 모르는 형편이 됐다.

이것이 세계 최정상의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한 결과다. 다이어트 환경은 갈수록 더 좋아진다. 1993년 2300만 명이 헬스클럽에 등록했는데, 지금은 4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헬스클럽에 간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할수록 비만율이 더 높아지는 역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채널A 영상] “몸짱, 신고합니다” 비만 병사의 다이어트 성공 비법


○ 대부분 다이어트의 끝은 요요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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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간 전 세계적으로 등장한 다이어트법은 2만6000종에 이른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1900∼1925년에 유행했던 방법의 이름과 설명만 달리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다이어트 방법이든 처음에는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의 수기가 속속 올라온다. 그런데 모든 다이어트에는 평균적으로 3개월, 길어도 7개월 이내에 정체기가 온다. 그 정체기를 계속 유지하면 좋은데, 보통은 다시 처음 체중,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아간다. 요요현상으로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부족을 탓하며 자존감만 상한 채 침묵한다. 결국 홈페이지에는 살을 뺀 소수(200명 중 1명으로 추정된다)의 자랑만 남는다. 다이어트 방법이 본격 개발된 지 100년이 지났고, 해본 사람도 그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될까.

요요현상이란 다이어트로 체중이 줄었다가 원래 상태로 복귀하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기간 밥을 먹지 않으면 물론 체중이 준다. 그런데 체내 근육량이 함께 감소해 기초대사량이 낮아진다. 이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평소의 식사량으로 돌아가면 에너지가 남게 된다. 100을 먹고 100만큼 쓰던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면 80을 먹고 80만큼 쓰는 상태가 된다. 여기서 다시 100을 먹게 되면 80만 쓰고 20이 남는다.

게다가 체내 지방세포의 수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줄지 않는다. 단지 바람 빠진 공처럼 수축했다가 언제든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 다이어트 실패가 반복될수록 점점 근육은 줄고 체지방이 많아지는 이유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체중감량은 쉽지 않고, 원래의 체중(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가는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다이어트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도 요요를 부추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트레이시 베일 교수(정신의학)는 쥐에게 기존 식사량의 75%만 제공해 체중을 10∼15% 줄였다. 연구팀은 쥐들을 다시 원래 몸무게로 살찌운 뒤 스트레스에 노출시켰다. 이때 다이어트를 했던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혈액 내 ‘코르티코스테론’ 농도(이것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가 더 높았고, 음식이 앞에 있으면 참지 못하고 폭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베일 교수는 “다이어트를 경험한 쥐는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고 고칼로리 음식에 식욕이 왕성해지도록 유전자가 변화했다”며 “다이어트로 인한 ‘후생유전학 효과’(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고 기능이 바뀌는 것)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때 받은 스트레스가 결국 ‘요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다이어트 방법도 있다. 실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비만율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살을 빼려고 시도했던 모든 사람의 결과를 합하면 결국 다이어트는 비만의 증가에 기여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실패는 빨리 인정할수록 좋다. 그리고 거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신화’를 함께 살펴보자. 혹시나 운이 좋으면 비만을 정복할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최낙언(47)은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과자회사에서 10여 년간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지금의 향료회사로 직장을 옮긴 뒤에도 10년 이상 다양한 신제품을 먹어보고 공부했다. 4년 전 식품과 첨가물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전체를 포괄하지 않는 단편적 정보와 지식이 얼마나 무서운 오해와 편견을 초래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관계형 데이터 제공 방법’(2011년 국내특허 취득)을 활용한 식품 정보 사이트(www.seehint.com)를 만들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최근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지호)를 펴냈다.

최낙언 향료 연구가 dbclean@daum.net
#다이어트#요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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