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미국 대통령 “대북 지원중단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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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23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2012 노벨평화상 수상자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핵무기 확산은 세계 평화에 대한 가장 도전적인 위협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북한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꺾기 위해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은 통치자들이 아닌 압제 정권 하의 민중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캠퍼스에서 열린 첫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2002년 수상)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키로 한데 대해 "북한의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군 장교 출신인 카터는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최후 수단으로 전쟁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전쟁 대부분은 무고한 민생을 고통에 빠뜨리는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윌렌 드 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관 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드' 철폐 공로로 1993년 넬슨 만델라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참석자들은 공식 일정에 앞서 시카고 17개 고등학교를 방문, 젊은 세대에게 '휴머니티와 비폭력, 그리고 평화'에 대해 강연했다.

고르바초프는 학생들에게 "누구나 자신의 모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겠지만 국적에 대한 자부심은 결코 내세워서는 안될 것"이라며 "한때 미국과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얕잡아 보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련 붕괴 이후 냉전종식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두 젊은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표해야 할지를 물어온 적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오바마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고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필드뮤지엄에서 열린 개막 만찬의 기조연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맡았다.

클린턴은 "평화는 단지 나쁜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퇴임 이후 줄곧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아온 클린턴은 2012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환영 인사를 한 후 "인간에 대한 정의(justice)를 크게 외칠 힘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총회는 올해로 12회를 맞았지만 미국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유와 권리를 위해 힘차게 외쳐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1990년)을 비롯,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1989년),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1983년),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1987년),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 무하마드 유너스(2006년), 이란 인권변호사 쉬린 에바디(2003년), 미국 사회운동가 조디 윌리엄스(1997년)와 전세계 12개 인권옹호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편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2012 평화의 인물'로 선정한 할리우드 명배우 숀 펜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참사 발생 당시 구호 조직을 설립해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국제 사회에 지원을 촉구하는 등 세계 평화와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25일 '2012 피스 서밋 어워드'를 수상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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