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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기홍]점점 닮아가는 극우와 극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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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기홍]점점 닮아가는 극우와 극좌

동아일보입력 2012-04-20 03:00수정 2012-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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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국제부장
일요일에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은 ‘집권당 저주의 악령’이 2012년에도 위력을 떨칠지를 가늠하는 선거다. 지난해 세계는 거의 모든 선거에서 집권세력의 참패를 목도했다.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6개국 정권이 교체됐고 중동 아프리카에선 피플파워에 집권세력이 쫓겨났다.

佛 극우후보 지지율 젊은층서 1위

여당들이 우수수 패배한 공통된 원인은 승패의 열쇠를 쥔 유동층 유권자들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가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현 집권세력이 싫어서’ 야당을 찍는 게 지구촌의 투표 패턴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야당인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것도 “사르코지(대통령)는 안돼”라는 분위기의 영향이다. 사회당도 유력 주자였던 스트로스칸의 섹스스캔들 등으로 우왕좌왕했지만 경제위기가 불러온 ‘무조건 바꿔’ 분위기의 덕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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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야 주요 정당이 지리멸렬한 틈을 타 극우 극좌세력이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젊은이 사이에서 극우 후보가 지지도 1위라는 소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18∼24세에서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26%의 지지율로 올랑드(25%)와 사르코지(17%)를 앞섰다.

‘20대 때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면 바보고, 40대까지 그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더 바보’라는 말이 있듯이 젊은층이 좌파에 끌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극우후보가 젊은층에서 1위를 달리는 건 프랑스 역사상 처음이다. 젊은층이 르펜에 열광하는 주된 이유는 반(反)이민 정책이다. 연간 이민 쿼터를 현재의 20만 명에서 1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에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극좌인 멜랑숑 공산당-좌파전선 공동후보도 전체 투표층에서 14.5%, 18∼24세에선 16%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공산당은 소련 붕괴 후 쇠퇴해 2002년 대선 땐 3.37%, 2007년 대선 땐 1.93%의 지지에 그쳤으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론 연평균 6000명씩 당원이 늘고 있다.

선진국 젊은이들이 극좌나 극우에 빠져드는 것은 이념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도취와 배설의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끓고 있는 분노를 배설할 증오의 타깃을 선명하게 그려 제공해주는 정치 흥행꾼들의 팬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극우와 극좌가 점점 닮아간다는 사실이다. 르펜과 멜랑숑은 모두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거부하고 있다. 둘 다 유럽연합(EU)에 빼앗긴 경제주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자 공격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둘 다 화려한 의상과 수사로 군중을 휘어잡는 선동가이며 광신도 같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멜랑숑의 유세는 ‘부자’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수만 명의 젊은이가 일제히 ‘부우’ 하는 야유로 호응하는 ‘집단콘서트’를 연출한다. 20세기 초중반 파시즘에 맞서 싸우면서 자라난 사회주의가 평등, 자기희생, 만국 노동자의 단결 같은 가치를 잃고 파시즘을 닮아가는 것은 아이러니고 비극이다.

화려한 수사로 군중 휘어잡아

좌파의 극우화 조짐은 우리 사회에서도 엿보인다. 좌파가 주도한 2007년 광우병 파동의 진행 양상은 나치 히틀러가 독일국민을 집단 광기로 몰아넣던 과정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었다. 최근 여당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된 필리핀 출신 여성에 대한 공격도 극우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격 가담자 중 자칭 진보나 좌파를 자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머릿속에선 이미 극좌와 극우의 교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부자 친구들과 숱한 스캔들을 빚은 사르코지의 도덕적 해이, 긴축정책에 대한 두려움 등이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극우 극좌의 토양을 만들었다.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의 미래를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열린사회의 영원한 적인 극우 극좌의 발호 조짐이 일고 있는 우리로서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극우#극좌#프랑스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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