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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박정훈]김구라의 막말 업보

기사입력 2012-04-09 03:00:00 기사수정 2012-04-09 13:22:36

박정훈 사회부 차장
김구라(42)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8년 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을 유도한 데 따른 ‘지상파 퇴출’ 여론 때문인 듯했다.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서 “요즘 시청역 앞에서 지랄하는 노친네들 다스리는 법은 없을까요”라고 김 후보에게 물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홈페이지는 ‘김구라 퇴출’을 요구하는 글로 도배됐다. 대한노인회는 그의 퇴출을 공식 요청했다. 가족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그를 보는 게 싫다는 여론도 거셌다. 8일 김구라와 뜻밖에 통화가 됐다.

―억울한가.

“당황스럽고 힘들다. 여러 번 사과도 했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정치엔 관심도 없다.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 되면 나쁠 건 없을 것 같아 용민이가 요청한 대로 지원 동영상을 찍은 건데 결국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

―방송은 계속 할 건가.

“보증금 50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먹고살려고 남과 다르게 방송하려다 욕을 하게 됐다. 지상파로 오면서 혹독한 검증도 거쳤다. 철들기 전 말들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니까 한편으로는 섭섭하다. 집사람과도 상의해 봤지만 제작진에 처분을 맡기고 방송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용서해 준다면 좋겠지만….”

그는 30여 분 이어진 통화에서 방송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당의 요청에도 사퇴를 거부하고 유권자에게 뜻을 묻겠다는 김 후보처럼 ‘시청자와 제작진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식이었다.

사실 김구라의 궤적은 예명(본명 김현동)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말을 잘해 구라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구라’는 거짓말, 이야기의 속된 표현이다. ‘거친 말발’로 출세해 보겠다는 인생관을 이름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우파 정치인을 공격한 뒤 지상파에 발탁됐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탁월했고 출세 지향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노가다 십장, 멸치 대가리”로 불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들’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지상파에서도 저질 욕설만 뺐지 막말은 그대로였다. 그의 유머코드 핵심은 ‘공격과 지적’이었다. 지상파에서 막말이 먹히는 시대가 오면서 ‘인터넷 욕쟁이’였던 그는 회당 출연료를 450만 원 이상 받는 대스타가 됐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회당 650만 원까지 받는다. 출연료로는 유재석 다음이다.

“먹고살려고 욕을 했다”는 그의 해명은 어떤가. 깡패도 “사는 게 힘들어 돈을 빼앗았다”고 하는 판이다. 서른이 넘어 이름까지 ‘구라’로 바꾸고 평생 들어보기도 힘든 욕을 하며 먹고산 것이 “철부지 때 일”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

그의 욕설과 막말은 주홍글씨처럼 평생 그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 이번엔 잊혀져도 다음엔 또 문제가 된다. 그를 보는 시선도 따갑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그의 발언을 볼까 노심초사한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김구라를 롤모델로 삼는 것은 어떤가.

사실 그는 죗값도 치르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뭔가 책임은 져야 하지 않느냐.’ 그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해 “입 구(口)에 비단 라(羅), 입이 비단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참회의 뜻이겠지만 사람들은 그의 입을 결코 ‘아름다운 입’으로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욕설과 막말로 많은 이들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여전히 막말로 인기를 유지하는 그에게 면죄부는 주어질 수 없다.

박정훈 사회부 차장 sunshad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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