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실내 텃밭에서 새싹 친구들과 파릇파릇 놀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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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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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그린에버-서울 마포구, 저소득층 아동에 ‘희망의 식물 심기’ 사업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김빛나 양(가명·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집을 찾은 정석원 그린에버 대표(가운데)와 식물관리사들이 김 양과 김 양의 어머니 이행숙 씨와 함께 집 안에서 쑥갓과 상추, 겨자, 토마토 등을 심고 있다. 마포구 제공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김빛나 양(가명·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집을 찾은 정석원 그린에버 대표(가운데)와 식물관리사들이 김 양과 김 양의 어머니 이행숙 씨와 함께 집 안에서 쑥갓과 상추, 겨자, 토마토 등을 심고 있다. 마포구 제공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 1급인 김빛나(가명·5) 양. 25주 만에 세상에 태어난 김 양은 미숙아 망막증이 있어 왼쪽 눈은 실명했고 오른쪽 눈은 난시 시각장애(5급)가 있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혼자서는 걸을 수 없다. 또래들과 놀이터에서 어울리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레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특수반이 있는 유치원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매주 네 번씩 꼬박꼬박 병원과 복지관을 오가며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 양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은 늘 곁에 있는 어머니 이행숙 씨(36). 김 양과 눈을 마주친 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을 가르쳤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수줍어하고 또래에 비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서툴긴 하지만 김 양은 어머니와 얘기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그랬던 김 양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비록 이 씨처럼 김 양에게 말을 걸어줄 수는 없지만 김 양을 환하게 웃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다.

새 친구는 식목일을 앞둔 3일 오후 김 양을 찾아왔다. 식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그린에버 정석원 대표(55)와 식물관리사 서귀석 씨(54·여), 박문자 씨(57·여)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김 양의 집으로 새 친구를 데려왔다. 까만색 흙이 가득 담긴 포대 하나와 마사토(화강암이 바람에 깎여 쌓인 흙), 길이가 1m 남짓한 텃밭용 화분 2개를 집으로 들여오는 이들의 뒤편으로 새 친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상추와 고추, 쑥갓, 겨자, 토마토 등 싱싱한 모종 한 아름이 바로 김 양의 새 친구들이다.

어머니 이 씨는 식목일을 앞두고 다른 부모들처럼 딸의 손을 잡고 나무 한 그루 심으러 가고 싶었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마포구가 사회적기업 그린에버와 함께 벌이는 ‘희망의 식물심기’ 프로젝트 수혜 가정으로 선정돼 김 양을 위한 작은 텃밭을 집 안에 만들 수 있게 됐다. 화분 맨 아래 마사토를 깔고 영양분이 많은 까만색 흙을 덮었다.

“화분이 작으니깐 고추는 많이 못 심을 것 같고 상추, 토마토, 겨자 같은 걸 많이 심으시는 게 어떨까요? 한번 골라보세요.”

정 대표의 말에 이 씨와 김 양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이 씨는 김 양이 평소 채소를 잘 먹지 않아 고민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바로 키워서 먹을 수 있는 상추와 쑥갓, 겨자, 토마토를 골랐다. 정 대표와 식물관리사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상추 모종을 건네자 김 양은 팔을 걷어붙이고 화분에 꾹꾹 눌러 심었다.

“매일 들여다보고 식물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가르쳐주는 거예요. 요즘 애들은 토마토가 어디서 나왔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마트’라고 답할 정도라니까요.”

정 대표는 식물 관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식물관리사들과 함께 집 안에 있는 다른 화분의 식물들도 정성껏 손질해줬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먼지가 날리지 않게 마사토를 위에 덮어주고 조그만 알로카시아의 잎사귀도 꼼꼼히 닦아줬다. 식물들도 호흡을 해야 하는데 먼지가 앉아 있으면 숨쉬기 힘들어서다. 이들은 김 양 집뿐만 아니라 마포구 소재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자녀가 있는 가정 4곳을 매달 한 번씩 찾아갈 계획이다. 성산동에 있는 6∼13세 소년소녀가장 어린이 9명이 모여 사는 가정보호시설 ‘신나는 그룹홈’에서도 희망의 식물심기 프로젝트를 펼쳐 나가기로 했다. 강선숙 마포구 가정복지과장은 “아이들이 식물을 기르며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달을 수 있어 책임감을 갖게 된다”며 “2인 1조의 식물관리사가 가정을 찾을 때마다 기록한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구에서 관찰해 상담이나 전문기관 연계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양은 새로 생긴 친구들이 맘에 들었는지 스프레이 통에 물을 담아 연신 뿌려대며 웃었다. 정 대표는 이 씨에게 “해 뜨기 전, 해 지기 전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된다”며 “미네랄이 없는 생수 대신에 수돗물을 권장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정 대표는 “2009년부터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게 돼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식물 관리에 관심 있는 이들은 그린에버(02-308-5838)로 전화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사회적#기업,#식물#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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