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필리핀 섬에 맹그로브 숲 500ha 조성 “매년 CO2 1만5000t 흡수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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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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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학생들 10년 조림 추진

필리핀 바나콘 섬 해안의 맹그로브 숲 모습. 원주민들은 뻘밭에 자라난 맹그로브 숲 사이로 뱃길을 내고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윤여창 교수와 학부생들은 내년부터 5∼10년간 500ha의 맹그로브 숲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제공
필리핀 바나콘 섬 해안의 맹그로브 숲 모습. 원주민들은 뻘밭에 자라난 맹그로브 숲 사이로 뱃길을 내고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윤여창 교수와 학부생들은 내년부터 5∼10년간 500ha의 맹그로브 숲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제공
서울대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56·사진)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윤 교수는 이번 학기에 학부 및 대학원 강의 8개와 ‘기후변화 대응 산림정책 연구’ 등 연구 과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학생들의 성화로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내년부터 5∼10년에 걸쳐 필리핀 바나콘 섬에 맹그로브 숲 500ha(헥타르·1ha는 1만 m²)를 조성하는 ‘서울대 맹그로브 조림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업은 올해 1, 2월에 개설된 겨울학기 과목인 ‘산림환경관리실습’을 수강한 학부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최근 두 달간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실제 사업으로 발전했다.

‘산림환경관리실습’은 서울대 산림과학부와 연합전공 과정인 글로벌환경경영학과의 전공선택과목으로 겨울 방학마다 개설된다. 올해는 학부생 18명이 수강했고, 1월 28일부터 2월 24일까지 필리핀 보홀 섬에 딸린 작은 섬, 바나콘으로 실습을 갔다.

1920년경 필리핀의 맹그로브 숲은 면적이 40만∼50만 ha였으나 현재는 15만 ha로 줄어들었다. 필리핀 내 다른 지역과 달리 바나콘 섬에는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섬 전체인 1775ha의 4분의 1인 448ha가 맹그로브 숲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원주민의 삶은 맹그로브와 밀접하게 관련됐다”며 “조림사업을 통해 맹그로브 숲을 늘리면 어획량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생태관광 등으로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윤 교수에게 제출했다.

학생들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 윤 교수는 “원주민의 생활뿐만 아니라 맹그로브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만큼 산림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도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윤 교수와 학생들은 학교 측에 사업제안서를 내고 지난달 14일에는 ‘녹색지구봉사대’(가칭)를 발족시켰다. 윤 교수는 “내년부터 바나콘 섬에 100ha씩 5년간 또는 50ha씩 10년간 총 500ha의 맹그로브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해외 맹그로브 조림사업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윤 교수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산림과학과 기술’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바나콘 섬의 맹그로브는 1ha에 연간 최대 3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소나무의 4.4배, 백합나무의 2.2배다. 그는 “바나콘 섬에 500ha의 맹그로브 숲이 조성되면 매년 최소 1만50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이라며 “매년 6만 달러 규모(약 6780만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조림사업을 하면 그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만큼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1만5000t은 우리나라에서 1376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이다.

녹색지구봉사대에 참여하는 오필영 씨(산림과학부 3년·25)는 “맹그로브는 종자를 바닥에 끼워 넣기만 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학생들도 쉽게 조림할 수 있다”면서 “학생도 환경 보전에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 맹그로브 ::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식물로 뿌리끼리 얽히면서 해안의 지반을 지탱해주며 쓰나미로부터 섬을 보호한다. 맹그로브는 그동안 식용이나 산업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원주민들이 땔감 등으로 사용하면서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맹그로브 숲이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뛰어나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적합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서울대#맹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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