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4>SNS규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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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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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력 커 방치땐 사회혼란” vs “막을수록 괴담 더 기승”


《 스마트폰 가입자가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절반에 이르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20년 만에 겹치면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사실상 연중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NS를 악용한 사기범죄와 성인광고의 범람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의 전문가는 SNS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주요 SNS는 서비스 기업이 외국 기업인데다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공정한 규제가 불가능하며 규제 자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 또한 거세다. SNS 규제를 둘러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
■ “이래서 찬성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SNS가 전파 속도가 빠른 개인 미디어라는 특성 때문에 규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공론의 장이라는 SNS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중에는 특히 현행법을 위반한 경우가 명백하면 법 테두리 안에서 반드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경우도 있었다.

○ “SNS는 공공적 성격 강한 미디어”

SNS 규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SNS가 표면적으로는 사적인 1인 미디어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리트윗을 통해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트위터에서 볼 수 있듯이 SNS는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가진 매체여서 특정인을 음해하는 왜곡된 정보나 음란물 등 유해한 정보가 전달되면 바로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글을 올린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결국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미디어정보심의팀 한명호 팀장은 “인터넷이 표현을 촉진하고 참여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SNS는 블로그나 폐쇄적인 카페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개인적 의사표시로 시작한 글이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신동희 교수(인터랙션사이언스학)는 “SNS 이용자들이 ‘선택적 인지’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메시지만 받아들이고 강화해 나가며 재생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팩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팩트라고 믿으며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이재진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규제가 없는 미디어란 없었다”며 “최소의 규제를 통해 처벌하면 이용자가 문제점을 잘 알고 숙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규제의 방식이나 정도는 사안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의 특성상 규제 대상과 메시지, 어느 범위까지 규제할 것인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남대 박한우 교수(언론정보학)는 “정보기술(IT)은 계속 변해가고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언론 자유를 위축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작동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는 잘못하면 중소 IT 기업을 죽이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 기준에 대한 논의 중요”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 방법과 대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예로 들었다. 영국의 대학생 두 명이 미국에 입국하면서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폭파하겠다는 말을 트위터에 썼는데 이것이 미국 정부에 적발됐다. 박 교수는 “이 경우 정부는 트위터 전체가 아니라 트위터에 글을 올린 사람을, 올린 것을 규제한 것인데 미국 정부가 일상적으로 트위터를 들여다본다는 문제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명백히 현행법을 어긴 경우 반드시 처벌하고, 여러 사례와 경험을 모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팀장은 “정보통신기본법이나 국가보안법, 명예훼손 등 현행법이 명백히 금지하는 행위나 대법원 판례로 불법이라고 결론 난 것들까지 규제하지 않으면 사회적인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SNS로 유통시키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음란 사이트 등을 SNS로 홍보한 경우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명백한 경우 형사처벌보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형식으로 규제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위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이래서 반대한다”


SNS 규제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가 인터넷 공간의 순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 권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거짓정보가 유포되더라도 사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집단지성이 작용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집단지성이 규제보다 앞서”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SNS는 전파 속도가 빠르지만 잘못된 정보는 퍼지지 않는다”며 “이른바 집단지성이 작동하면서 거짓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도 금세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SNS를 통해 마녀사냥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최근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강호동이나 이효리 사망설과 같은 루머나 괴담이 트위터로 퍼지게 된 과정을 데이터로 추적해 본 결과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트위터에서 해당 단어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이 루머를 보도한 시점부터 갑자기 트윗양이 폭주했다는 것. 이를 근거로 장 교수는 “SNS는 미디어 기능을 하지만 편집권을 지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팩트를 드러내거나 왜곡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도 “규제가 효율적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며 “규제를 하면 SNS에 떠도는 이야기를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신성시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네르바’나 ‘타블로 학력 위조 논쟁’을 들었다. 국민들은 정부가 미네르바를 찾아내 구속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되레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했다는 것. 반면 타블로 학력 위조 논쟁에서는 초기에는 의혹을 부추긴 세력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사실 관계 확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혹이 해소됐다.

한 교수는 “검증 사례가 4, 5번 일어나다 보면 사람들은 규제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실과 거짓을 선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선거 앞두고 정책 검증 위축될 우려도”


전문가들은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 시기와 맞물리며 나오는 각종 SNS 관련 규제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역기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팔로어’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허위사실을 30번 올리면 한 명에게 같은 얘기를 30번 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검찰은 허위사실을 두 번 공표하면 단속하고, 30번 이상 게시하면 구속 수사를 한다고 했는데, 12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이외수 씨가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29번 올리면 그는 구속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높은 ‘빅 마우스’들을 막고 규제하기보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상순 김상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과 제도를 만들 때 진흥법제와 규제법제로 나눈다”며 “입을 막는 규제법제가 단기 효과를 거두는 데 효과적이지만 진흥법제로 다양한 의견을 늘리는 게 궁극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입을 막는 대신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와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다.

SNS를 정책이나 공약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역기능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SNS 공간이 완전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이상적”이라며 “사용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NS에 떠도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데이터의 수집과 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SNS는 신문처럼 일정한 지면이 있어 데스킹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떤 콘텐츠가 문제가 있는지 구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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