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세브란스병원 소장 “나도 한국인… 30년 소원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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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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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소장 한국 국적 취득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구한말부터 4대에 걸쳐 국내 교육과 복지 등 사회발전에 공헌한 미국 기독교선교사 집안의 후손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인요한 박사가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뒤 태극기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구한말부터 4대에 걸쳐 국내 교육과 복지 등 사회발전에 공헌한 미국 기독교선교사 집안의 후손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인요한 박사가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뒤 태극기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도 알았으면 합니다.”

법무부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53)에게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수여했다. 인 소장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미국 국적 ‘존 린튼(John Alderman Linton)’으로서 신분을 유지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중국적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다.

인 소장의 진외조부(아버지의 외할아버지)인 유진 벨 선교사가 한국에 온 지 117년 만에 린튼가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한국인이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독립유공자의 후손처럼 선대가 대한민국에 기여해 그 후손들이 특별귀화허가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인 소장처럼 선대뿐만 아니라 본인 공로로 특별귀화허가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다.

이날 국적증서를 받은 후 인 소장은 “딸이 한국에 와 놀러 나갈 때면 ‘일찍 들어오라’고 하지만 그때마다 딸이 ‘여긴 한국이잖아요!’라며 밤늦게까지 놀고 싶어 한다. 그만큼 치안이 좋다는 얘기”라며 ‘한국 예찬론’을 폈다. 또 “물론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끄럽긴 하지만 그것이 건강한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불행하게도 1984년 아버지(휴 린튼·한국명 인휴)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당시 구급차가 있었으면 더 오래 사셨을 것”이라며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내가 한국에서 받은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된 일이 생각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 결핵 퇴치 사업을 위해 23차례 방북하는 등 인도적 대북 지원에도 힘써 왔다.

인 소장은 “약 30년 전부터 귀화하고 싶었지만, 어머니(로이스 린튼·87)가 미국 국적 포기에 반대해 와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이중국적을 허용하면서 국적 취득을 신청하게 됐다. 지금은 어머니도 매우 기뻐하신다”고 설명했다. 유진 벨 선교사의 증손인 그는 이날 수여식에 자신의 조카인 데이비드 린튼 CJ그룹 국제변호사를 데려와 “이 녀석이 5대째 한국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인요한#귀화#한국국적#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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